[이미아의 독서공감] 이상과는 너무 다른 '공무원의 세계'

“내 꿈은 공무원입니다.” 요즘은 유치원생도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단다. “잘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무원은 실제로 어떻게 살까. 안정적 월급과 연금에 만족하며 편하게만 일할까. 공무원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책 세 권이 눈길을 끈다.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는 지방행정직 9급으로 시작해 공무원 생활 11년차인 이지영 작가가 말단 공무원의 일과 삶을 솔직담백한 문체로 소개한 책이다. 그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야! 니 이름 뭐야?”다. 악성 민원인들이 걸핏하면 큰소리치며 물어보는 것이다. ‘주민센터나 지키는 한직’이라는 시선과 달리, 공무원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출생과 사망, 전입신고 접수는 기본이다. 철마다 도로변의 꽃을 바꿔 심고, 온갖 행사에 동원돼 종일 밥을 푸기도 한다. 태풍이나 폭우,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는 무조건 현장 출동이다.

저자는 “지방행정직 공무원의 숙명은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마주하는 것”이라며 말단 공무원의 일이 시민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일깨운다. ‘소통 자리’를 마련한다는 이유로 원형 탁자에 캐주얼한 간식에만 집착하는 회의 문화, ‘잘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며 일을 벌이기만 하는 풍조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만》(푸른향기)은 강원 춘천의 초등학교 교사인 최문혁 작가가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적은 에세이집이다. “막연히 교사의 꿈을 품고 있을 때와 실제 교사가 되고 나서의 간극은 컸다”고 그는 고백한다.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기도 전에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에 익숙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엔 밥 한 숟갈 제대로 뜨지 못하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 반찬 투정하는 아이를 달래고, 밥을 먹다가 말싸움을 하는 아이들을 말린다. 수업 이외의 업무를 하다 보면 정작 반 아이들을 보살피지 못할 때도 많다.

저자는 “선생님은 만남과 이별의 직업”이라며 “새로운 아이들, 동료 교사, 새 학교를 마치 오래 보아왔던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1년을 살다가 헤어져야만 한다.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다. 친하게 지내는 교사도 다른 학년으로, 다른 학교로, 다른 지역으로 언제든 흩어진다. 최 작가는 유튜브 채널 ‘여느 날 여느 교실’, 네이버 블로그 ‘우리교실 우리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중》(호밀밭)은 15년차 소방관인 김종하 작가가 ‘소방관스럽지 않은 소방관의 생활’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화염 속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관’은 아니다. 하지만 소방의 여러 업무 중 없어서는 안 될 화재 예방, 신고 대응 업무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소방차 길 터주기, 화재 현장에서 신속한 급수를 위한 소화전 관리부터 일반음식점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 업소 및 주유소 허가와 같은 소방 안전 업무까지 맡고 있다. 119 신고 전화를 받으면서 재난 위치와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 일선 출동대에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내가 소방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슨 소방관이 근육도 없고 이렇게 호리호리하냐’고 자주 물어본다”면서도 “비록 겉모습은 소방관답지 않더라도 나름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