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입당에 선 긋는 이유는 [여기는 논설실]

김종인 "국민의힘으로 들어와라"
안철수 "중도·합리적 진보 잃는다"
'밀당'뒤 어떤식으로든 연대할 듯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본격 밀고당기기가 시작됐다. 양측 모두 단일화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단일화를 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안 대표 3자 간 경쟁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꺾기 어렵다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입장이다.

안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1대1로 싸우면 이기기가 힘들다는 게 세간의 평가”라며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도 지지자,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진보성향까지의 시민들까지도 모두 힘을 합해야만 가능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도 당만 생각하지 말고 야권 단일 후보를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5일 KBS에 출연해 “시민들이 단일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 야권이 서로 협의를 해 단일화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도 기자에게 “안 대표의 지지표가 민주당 표는 아니잖아”라며 “나라를 구해 놓고 봐야 한다. 안 대표와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단일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라는 광장을 제공할 테니 (서울시장·대선)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와라”고 한 뒤 ‘안 대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해 치러지는 본경선에서 100% 여론조사를 도입하기로 확정한 것은 안 대표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예비경선을 100% 시민 여론조사로 하되 본경선에서 뽑힐 최종 후보는 당원 투표 20%·시민 여론조사 80%로 정하자고 제안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 등 외부 인사들에게 열려 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경선이 100% 시민투표로 이뤄지면 안 대표 등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이 유리해진다. 다만 경선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입당’을 내걸었다. 김종인 위원장도 “100% 시민경선을 한다고 해도 외부인사가 참여하려면 당원이 돼야 한다”며 “입당이 전제되지 않으면 같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게 외연을 넓히고 확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되묻고 싶다”며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최근 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줄곧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배경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고 했다. ‘멘토’라는 평가를 달갑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2년 대선 출마를 겨냥해 전국을 돌며 청춘 콘서트를 진행하던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문제 등을 놓고 김 위원장이 정치적 조언을 한데 대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어떤식으로든 힘을 합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김 위원장이 애초 안 대표의 연대 제의에 부정적으로 말한 것은 국민의힘 내에 안 대표에 필적할 만한 후보들이 움직이지 않아 자칫 안 대표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와 경쟁이 될 만한 후보들이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당에 들어오거나 연대론이 탄력을 받으면 그에게 힘이 쏠리면서 국민의힘은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 측근은 “그러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며 “안 대표와 적어도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만큼 김 위원장도 연대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을 하지 않는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역으로 안 대표가 입당한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역시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유인책이다. 안 대표에게 공이 넘어갔다. 그러나 안 대표는 입당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100% 일반 국민 경선이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치르는 것과 제 3지대에서 당대당 또는 범야권 원샷 경선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경선에 많이 들어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로선 국민의힘 입당이 불리한 또 다른 이유는 반문재인으로 돌아선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 세력 지지를 얻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력들은 국민의힘 보다 안 대표 지지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게 안 대표 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연대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어떤식으로든 힘을 합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