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늘린다지만..."2주만 교육 받고 현장 투입"

지ㄴ 6일 오전 경기 양평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된 입양아가 목숨을 잃은 '정인이 사건'이 여론의 공분을 사자 정부가 올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664명을 전국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해당 보직을 기피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아동학대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의심사건의 초동 조사업무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주로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일종의 '기피직'이 되고 있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임에도 관련 교육은 부족하고 근로강도 및 심리적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들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실무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복지팀 팀장급 공무원 A씨(40)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규 및 저연차 직원이 아동학대 담당을 맡고 있다"며 "힘들고 부담되는 업무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아 다들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들은 아동학대 방지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기 한달 전인 작년 9월 2주간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됐다.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론 중심의 교육을 받아 현장 업무에는 별 도움이 안됐다"고 했다. 전담 공무원은 100시간의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일부는 온라인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담당공무원 B씨(31)는 "실무교육은 모의 상담교육 2시간뿐이었다"며 "매뉴얼만으로 학대 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대 가정 케이스가 제각각이다보니 숙련이 충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을 상담하고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전문성 교육 시급"

정치권에서는 연일 아동학대방지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경우 즉시 조사·수사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하지만 개정안에 포함된 '즉시아동분리'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저이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도 아이가 어릴경우 분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드러난 모습만으로 단순 훈육인지 학대인지 경계가 모호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초동학대 조사 대부분을 맡게된 지자체에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게 시급하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부터 시작해 관련 법규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료기관 사법기관 복지기관 등 수많은 기관과 연계해야 하는데 2주 교육받은 공무원이 이 업무를 어떻게 다 현장에서 수행하겠느냐"고 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전문가가 부족하고 이에 대한 교육시스템도 미비한 실정"이라며 "좋은 처우와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종사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