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으로 방귀 뀌는 테슬라…전기차 '소리' 시장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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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제조사들, 전기차 주행음·경적 소리 개발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자동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전기차 음향 시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사 전기차 구동음과 경적 등에 고객이 원하는 소리를 넣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움직임이 나와 관련 유료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테슬라, '원하는 소리 선택' 업데이트
▽ "과거 휴대폰 벨소리처럼 시장 생길 것"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말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붐박스' 기능을 추가했다. 전기차에서 소음을 내기 위해 마련된 외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자는 선호하는 음악이나 효과음을 전기차 주행음으로 쓸 수 있으며, 경적 소리를 방귀, 염소, 라쿠카라차(멕시코 민요), 박수 등 테슬라가 제공하는 10개의 다른 소리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해당 기능이 제공된 후 북미 등지에서는 영화 속 효과음을 내며 주행하는 테슬라 모습이나 횡단보도에서 경적을 눌러 방귀 소리에 행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업계는 테슬라의 붐박스 업테이트가 전기차 음향 시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는 특성 탓에 가상 주행음을 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보행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전동화 차량이 30km/h 미만 속도로 주행할 경우 가상의 소리를 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럽연합(EU)도 20km/h 이하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 보행자가 전기차를 알아챌 수 있도록 소리 발생 장치 AVAS를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국내서도 가상 주행음 의무화가 추진 중이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전기차에 탑재할 가상 주행음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기 전기차 EQ에서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활용한 다양한 주행음을 제공한다. 저속 주행은 물론,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에코·컴포트·스포츠 등 주행 모드에 따라 각기 다른 주행음을 제공하고 가속과 회생제동 등 변수에 따라 12개 음향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21세기 베토벤’으로 불리는 작곡가 한스 짐머와 우주선의 워프를 연상시키는 전기차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한스 짐머는 영화 '라이온 킹',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의 음악을 만들었다. 이미 전기차 콘셉트 i4에 적용한 주행음을 공개한 BMW는 향후 선보일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통해 다양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현대차그룹도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 엔진룸에 스피커를 부착해 '윙' 소리의 전기모터 구동음을 증폭시키도록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가 라디에이터 그릴 커버를 진동판으로 삼아 소리를 내는 형태의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AVAS)을 개발해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가상 주행음 뿐 아니라 음악을 재생시키는 스피커로도 쓸 수 있도록 음향을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는 제조사가 지정한 음향과 경적 소리만 내야 했지만, 점차 다양한 소리를 제공하고 용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는 거대한 전자기기가 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시장에 다양한 음향이 공급되고, 소비자는 원하는 소리를 선택해 적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이 어떤 전기차를 타는지 관계없이 포르쉐의 전기차 소리가 좋다면 일정 비용을 지불, 해당 음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는 공회전 개념이 없는 만큼 야외에서 장시간 시동을 켜놓을 수 있다. 캠핑을 하며 전기차로 음악을 트는 식으로도 나아갈 수 있고, 음질도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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