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뒤엔 조정? 대형주는 상승 제한?…상식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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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거래일간 조정없이 10% 급등“기존 증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성장·경기민감주 구분없이 올라
변동폭 적은 대형주도 치솟아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이어 3100선도 가볍게 돌파한 8일 시장 곳곳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날 하루 거래대금은 6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대표 대형주는 코스닥 중소형주처럼 급등락을 거듭했다. 전례 없는 유동성 장세에 주가는 춤을 췄다. 수십 년 주식시장을 지켜본 전문가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이날 코스피지수는 3.97% 오른 3152.18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5거래일 만에 9.69% 급등했다. 통상 지수가 급등한 뒤에는 일정 부분 조정이 뒤따랐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치솟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1월 2200대에서 이날 3100대에 오르기까지 제대로 된 조정 한 번 없이 내달렸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도 “증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당혹해하고 있다.
업종별로 봐도 기존 상식과는 다르게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대표되는 성장주가 오를 때는 경기민감주가 대체로 부진했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회복세 기대가 커지면 경기민감주가 오르고, BBIG 종목은 차익 실현 물량에 주춤거린다.이날은 달랐다. 모두 올랐다. 전례 없이 밀려들어오는 유동성은 성장주와 경기민감주 모두를 끌어올렸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질 때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바이오주도 상승했다. 경기민감주와 성장주의 경계도 무너졌다. 미래차 기대감으로 급등한 현대자동차(19.42%)와 현대모비스(18.06%)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주에 대한 상식도 깨졌다. 대형주는 시가총액이 높아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폭이 작다. 하지만 이날 주요 대형주는 중소형주에서 나타날 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7.12%), 네이버(7.77%), 삼성SDI(5.87%), 카카오(7.83%), 삼성SDS(7.07%)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래가 폭발하고 있다. 이날 하루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61조2718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은 4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200 거래대금만 34조756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초 코스피200 거래대금은 3조원대였다.금리가 오르면 증시 유동성이 감소한다는 상식도 흔들렸다. 미국 금리 지표물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연 1.0%를 돌파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64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