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끌어낼 수 있을까"…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안 거론(종합)

"시장으로 매물 전환하는 물꼬"…'부동산 대책 후퇴불가' 강경론 팽팽
홍남기 "다주택자들이 매물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대책으로 취득과 거래를 모두 꽁꽁 묶은 상황에서 거래를 일정 부분 열어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물꼬를 트자는 취지다.

다만 이 방안이 실제로 시장에 매물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 기존 부동산 정책의 후퇴로 해석될 여지 때문에 방향성을 고심하는 단계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방향성이 잡힐 경우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짜고 있는 부동산 공급 대책과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변 장관 취임에 맞춰 앞서 부동산 세제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시나리오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변 장관이 내놓을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거래세 등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다만 아직 일정한 방향으로 당내 의견이 모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등 문제를 당 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다"면서 "여러 사람이 얘기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일정 부분 완화해주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당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이 전달된 상황이 아니므로 양도세 중과를 완화했을 경우 어떤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방안은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이번 '변창흠표' 부동산 대책과도 일정 부분 연동돼 있다. 변 장관이 서울 도심의 신규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이라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는 '햇볕 정책'으로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을 매물로 시장으로 끌어내는 제2의 공급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러각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남겼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재난의 시대, 한국경제 길을 묻다'에 출연해 앞으로 주택 추가 공급의 실효성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주택 공급에 대한 예고로 심리적인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현재 세 채 네 채 갖고 계신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고 작년 대책도 이 두 가지에 맞춰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입체적 압박에도 실제 나온 매물이 많지 않았던 만큼 양도세 중과 완화와 같은 유화책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강수를 뒀다.

다주택자와 단기주택 거래 등 부동산 투기 혐의자들을 최대한 압박해 매물을 끌어내자는 취지였지만 장기적으로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거리가 있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하는 데다 3주택 이상 및 조정지역대상 2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6~3.2%에서 1.2~6.0%로 높이다 보니 다주택자들은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보다 자녀에게 증여를 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완화는 이들에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 될 수 있다.

6월 1일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시점을 미뤄주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중과에서 배제해주는 등 설계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시장에 매물을 늘려주는 문제는 정무·정책적 판단의 문제"라면서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실제 정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회군하는 모양새가 되므로 명분이든 논리든 디자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여당 내부에선 기존 대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책을 추진한 논리와 명분이 있었던 만큼 중과 완화 여부를 결정하기엔 시기상조란 견해도 많다.

여당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완화로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고 기존 대책을 한번 바꾸면 '무너지는구나. 버티면 되는구나'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양도차익·불로소득을 챙기고 나가는 것을 그대로 두란 얘기가 될 수 있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