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도 '디지털 혁명'…5년 걸릴 변화 5개월이면 되는 세상

CES 2021 한경·KAIST 특별취재
All Digital - 코로나가 앞당긴 뉴노멀

1180 건
CES 출격한 IoT·센서·AI 기술 건수
스타트업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일자리 잡아먹는 AI 기술?
"되레 새 영역 창출·기존 직업 진화
CES는 편견 바꾸는 드라마 될 것"
영국의 싱크탱크 ‘캐피털 이코노믹스’를 이끄는 로저 부틀은 인공지능(AI)과 로봇 확산,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경계론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AI·디지털 전환이 일자리를 없애고, 총수요를 줄이고, 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란 주장만 해도 그렇다. ‘CES 2021’은 부틀이 지적한 것처럼 AI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박하는 한 편의 드라마다. 기존 일자리가 진화할 수 있고, AI와 공존하는 보완적인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으며, 과거에 없던 일자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한층 세진 AI 파워

“AI발(發) 생산성 붐(boom)은 오고 있는가?”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AI가 이미 문턱을 넘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아직 경제적 통계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CES 2021은 AI발 생산성 붐의 조기 도착을 예고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세계 1964개 기업·기관이 CES 2021에 전시한 출품작은 사물인터넷(IoT)·센서와 AI가 각각 644건, 536건으로 가장 많다. 사실상 AI가 디지털 전환의 인프라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동물적 충동’이든,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기업가 정신’이든 투자가 기업인 특유의 본능에서 나온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가운데 열린 CES 2021은 향후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의 방향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 이을 스타트업

CES 2021에 얼굴을 내민 세계 스타트업은 634개다. 분류된 출품 분야(중복)를 보면 AI(209건), IoT·센서(201건), 디지털헬스(141건), 웰니스기술(130건), 생활스타일(118건), 스마트시티(116건), 자동차(110건), 스마트홈(107건), 로보틱스(70건), 엔터테인먼트(64건) 등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시대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4차 산업혁명 생태계가 스타트업 없이는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CES 2021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빅테크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자금조달), 인수합병(M&A) 경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언젠가 빅테크 자리를 넘보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없는 개방형 혁신시스템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서비스업 생산성 혁명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통신을 통한 의료서비스 활용 환자가 8%에서 30%로 치솟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딜로이트글로벌은 2021년 지켜봐야 할 주요 트렌드로 ‘가상 의사 방문(virtual doctor visit)’을 꼽았다. 세계 환자의 5%가 비디오 콜 형태의 서비스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텔레헬스 가상 방문시장이 8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CES 2021은 디지털헬스를 비롯한 서비스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모빌리티, 금융서비스, 유통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분야에서는 코로나19 와중에도 AI 투자를 늘린 글로벌 기업이 많다고 맥킨지앤드컴퍼니 보고서는 강조했다. 서비스업은 어느 나라든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서비스업에서 생산성 혁명이 조기에 일어나면 세계 경제 회복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물밑 인재 유치 경쟁

중국 텐센트홀딩스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링크트인 프로필 등을 통해 파악된 세계 AI 핵심인재 3만6500여 명 가운데 50%는 미국에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좁히면 36%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IBM 등 ‘빅테크 5’로 좁히더라도 20%다. 미국이 AI 개발 및 활용 능력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이유다. 중국의 CES 2021 참가가 저조했지만, AI·디지털 강국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더 치열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CES 2021이 ‘올 디지털’로 열린 만큼 세계 기업들의 전략 제품을 탐색·비교하면서 물밑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매년 CES 전시회는 인재 이동을 동반한다는 분석도 있다.

CES 2021은 AI 활용과 디지털 전환에서 앞서가는 개인과 기업, 국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승자가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넥스트 노멀’의 코드를 읽을 줄 아는 유능한 정부라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세금과 규제 양산이 아니라 신기술·신산업의 장려와 촉진, 인재 양성이다.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