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총비서' 올라…김일성·김정일과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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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9년 만에 '유일 영도체제'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11일 보도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때 폐지했던 당 총비서·비서 직제를 5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당 총비서는 선대(先代)인 김일성과 김정일이 생전에 맡았던 최고 수위의 당 직책이다. 2012년 집권한 김정은이 9년 만에 김일성·김정일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 ‘유일 영도 체제’를 확고히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예상밖 정치국 위원 탈락
"2인자로 급부상…속도조절한 듯"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6일차 회의 결과를 전하며 “김정은 동지를 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9일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김정은의 기존 직책이던 당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제를 없앴다.김일성은 1966~1994년, 김정일은 1997~2011년 당 총비서를 지냈다. 북한은 2012년 4월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했다. 당시 김정은은 김정일의 총비서직을 승계하는 대신 ‘당 제1비서’란 새로운 직책에 취임하는 방식으로 당내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공식적으로 할아버지·아버지와 동일한 지위를 얻어 자신만의 유일 영도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을 “천재적인 사상, 이론적 예지와 비범, 특출한 영도력을 지닌 탁월한 영도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풍모를 가장 숭고한 높이에서 체현하고 있는 인민적 수령”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예상과 달리 이번에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했다. 기존 직책이던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서도 빠졌다. 다만 대남·대미 업무를 사실상 총괄해 온 김여정의 당내 입지는 여전히 탄탄할 것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여정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북한의 2인자로 급부상한 만큼 일종의 ‘속도 조절’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군 당국은 북한이 전날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이번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열병식이 본 행사인지, 예행 연습인지 정밀 추적 중”이라고 했다. 북한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도 심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동원한 열병식을 벌였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