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익공유제' 꺼낸 與…또 기업 옥죄나
입력
수정
지면A6
이낙연 '자발적 참여' 내세웠지만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익을 본 계층과 업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익 공유의 구체적 사례로 SK를 언급하기도 했다. 자발적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고소득층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설익은 아이디어’를 꺼냈다는 당혹감도 감지된다.
논의 대상으로 '경영계' 콕 찍어
丁총리 이어 사실상 기업 압박
홍익표 정책위장 "SK 사례처럼
사회적 투자로 일자리 늘려야"
野 "국민-기업 이간질하나" 비판
이낙연 “K양극화 시작”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코로나 양극화 시대”라며 “고소득층의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케이(K)자 모양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코로나는 고통이지만 코로나 호황을 누리는 쪽도 있다”며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를 ‘코로나 이익공유제’라고 칭하면서 “민간과 연대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이들을) ‘코로나 승자’로 부르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이익 공유를 강제화하지 않을 뜻은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와 연구해 달라”며 “이미 우리는 수탁·위탁 기업 간 성과공유제를 하고 있다. 그런 상생협력이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와 연구하라” 압박
이 대표가 자발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경영계’를 논의의 대상으로 꼽으면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이를 바탕으로 ‘기업 팔 비틀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8일 ‘K방역의 핵심 과제인 고통 분담에 대한 방안이 있느냐’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긴급 현안질문에 대해 “마땅한 방법은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그룹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소상공인은 엄청난 피해를 봤지만 일부는 평소보다 호황을 누리는 업종도 있다”며 “그분들이 기부를 더 해줬으면 좋겠고,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野 “이익공유제 자체가 문제”
민주당 내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법으로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일각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농어업인 지원을 위해 조성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처럼 대기업이 출연금을 내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이 논란이 됐듯 정권 차원에서 재단을 설립해 기업에 출연금을 요구하는 방식은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미르재단 출연과 관련해 강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결국 ‘착한 임대인 운동’ 같은 일종의 기부 캠페인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캠페인과 같은 선의에 기댄 기부 활동이 자리를 잡으면 이후 다른 지원책을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SK가 한 사례처럼 코로나로 이익을 본 계층이나 업종이 사회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나 일거리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과거 10년 동안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연간 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이런 제안에 혹평을 내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익공유제는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문제였다”며 “누가 어떻게 득을 봤는지 측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포퓰리즘에 의존한 정책에 혈안이 돼 피해를 본 국민과 이득을 본 기업을 이간질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조미현/고은이/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