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고밀개발 등 20만~30만 가구 공급대책, 설 前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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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문제 첫 사과문재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에 무게 중심을 두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설 연휴 이전에 내놓을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 대책에 예상보다 많은 20만~30만 가구 규모의 물량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용적률 상향·도시재생 등 통해
기존 대책의 2~3배 공급 추진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작년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고강도 규제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서울 도심 주택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펼쳐놓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변창흠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변 장관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의 고밀개발을 통해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양의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역세권이 집중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700%까지 올려 고밀개발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307곳 중 100곳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변 장관은 역세권 범위를 역 반경 350m에서 500m로 넓히는 안도 제시했다.준공업지역에선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순환정비가 추진될 전망이다. 순환정비는 준공업지역에 주거와 산업 시설이 혼재된 건물을 세우고, 주변부를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개발 방식이다. 도시재생 연계형 정비사업 등 기존 도시재생에 주택 공급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변 장관은 새 도시재생 사업 모델로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설 전 발표되는 대책에 20만~30만 가구 공급 방안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만 가구 안팎이던 기존 공급 대책보다 두세 배 큰 규모다. 정부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인센티브를 더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