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신업계 다 살릴 '솔로몬의 지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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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정책에 맞춰 저가요금 내놓자SK텔레콤이 지난달 정부에 신고한 3만원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출시 여부의 ‘운명’이 이르면 이번주 판가름난다. 흥미로운 건 정부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신고만으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한 ‘유보 신고제’를 도입한 정부가 되레 허용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뜰히 키워온 알뜰폰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허용하기가 껄끄럽고, 불허하자니 정책을 스스로 뒤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너무 싼 거 아냐" 고민 빠진 정부
홍윤정 IT과학부 기자 yjhong@hankyung.com
SK텔레콤이 잘못한 건 아니다. 정부 요구에 충실히 답했을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 요금제’ 도입 등을 내세워 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통신 3사는 연내 싼 5G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9일 SK텔레콤이 급히 온라인 요금제를 신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막상 저렴한 5G 요금제가 나오니 당황한 건 정부 쪽이다. 알뜰폰업계의 경쟁력 악화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알뜰폰업계가 대형 통신사의 저가 요금제 공세에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협회도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가)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 퇴출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를 압박했다. 알뜰폰업계에서는 “왜 하필 이 시기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알뜰폰 가입자가 순증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부는 훈풍이 그칠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샌드위치’ 상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통신요금 인하를 통해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와 알뜰폰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두 정책이 상충된다는 점을 경고해왔다”며 “프리미엄 5G 요금제는 통신 3사, 저렴한 요금제는 알뜰폰업계에 맡기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의 온라인 요금제를 허용하고, 그 대신 알뜰폰업계에 데이터 통화 등을 제공하는 도매가격인 ‘도매대가 인하’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업계가 기존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엔 통신사들이 할 말이 많아지게 생겼다. 5G 네트워크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도매대가까지 인하하는 건 이중 부담이라는 불만을 내놓을 듯하다. 통신 3사는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5G망 확충에 8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초기 5G 시장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쪽을 다 만족시킬 ‘솔로몬의 지혜’를 내놔야 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