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품귀'로 납품 못한 도매상…법원 "입찰제한 정당"

"업체, 마스크 젓기 공급해야 할 필요성 인지했다" 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이미 계약한 마스크 수량을 공급하지 못한 업체가 행정청으로부터 입찰 계약 제한 처분을 받자 "품귀 현상으로 어쩔 수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도매업체 A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 자격 제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3월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과정에 필요한 방진 마스크 41만4천여개를 A사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사는 당초 약속된 물량 중 4천개을 공급했고, 이에 선관위는 4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선관위는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A사에 3개월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계약 보증금 7천800여만원을 국고로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낸 A사 측은 "마스크 공급처인 B사로부터 여러 차례 `이미 확보한 물량이 있어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확약을 받았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다른 경로로 계약을 이행하려 했으나 마스크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으로 부득이 납품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A사가 그동안 관공서에 물품을 공급하면서 채무불이행을 했던 사례가 없는 만큼 선관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원인은 미숙한 업무 처리와 안일한 대응 방식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마스크의 수요와 공급이 코로나19의 확산세, 대중의 공포 등으로 인해 요동치는 현상은 더는 불가항력적 변수로 치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계약은 총선 약 1개월 전부터 진행될 각종 절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스크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원고는 계약 당시부터 자신의 채무가 적시에 이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A사 측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