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를 '들었다 놨다'한 조 맨친은 누구

지난 8일(미 현지시간) 금요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0.18%, S&P 500 지수는 0.55% 올랐고 나스닥은 1.03% 급등했습니다. 3대 지수는 모두 또 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주요 지수는 오후 1시대 폭락장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딱 한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로 일컬어지는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입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12월 고용지표에서 일자리가 14만개 감소(예상은 5만개 증가)해 팬데믹 사태 이후 8개월만에 처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봉쇄 강화에 따라 레스토랑 등 접객 업종에서 50만개 고용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백신 보급으로 경제가 살아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로 더 많은 재정 지출이 이뤄지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12시가 넘어 워싱턴포스트(WP)의 속도가 나왔습니다. "맨친 의원이 '2000달러 부양책 수표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한 겁니다. WP에 따르면 맨친은 "도대체 2000달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찬성하지 않을 것이란 걸 신에게 맹세할 수 있다. 그건 또 다른 4000억 달러 지출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이미 수표를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추가 수표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대공황 때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돈을 나눠줬다는 건 들은 적이 없다. 대신 그는 일자리를 주고 월급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100석인 상원의 구도는 민주 50대 공화 50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의장을 맡게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감안해 51대 50인데, 민주당에서 맨친 의원이 이탈할 경우 부양책 수표는 물건너 갑니다.

이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12시45분부터 1시45분까지 한 시간 사이에 다우는 200포인트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장 초반 31140.67을 찍었던 지수는 3만793.27까지 하락했습니다.
시장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해명이 나왔습니다. 맨친 의원 측에서 "2000달러 부양책 수표에 완전히 선을 그은 건 아니다"라고 밝힌 겁니다. 맨친 의원은 "만약 수표가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목표로 좁혀서 나갈 경우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차별 현금 지급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긴 했지만 지지 가능성은 살려놓은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오후 2시께 투자자 메모를 통해 "우리는 75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예상하는데, 여기엔 조 맨친 의원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맨친 의원 말의 맥락을 보면 그는 여전히 '백신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백신 보급을 위한 지원액이 추가 부양책에 들어가는 만큼 추가 부양책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은 급속히 회복됐고 오후 3시가 넘자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이 때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책 수표를 1인당 2000달러로 늘리고 실업보험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수조 달러"(trillions of dollars)의 부양책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이든은 "12월 고용지표는 긴급한 구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금 돈을 쓰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주 경기 부양안의 토대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상임고문은 "이날 시장 움직임은 두가지 테마를 보여준다. 갑작스런 폭락은 얼마나 시장이 부양책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급작스런 회복은 얼마나 많은 '저가 매수' 세력이 대기중인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일은 앞으로 민주당이 최저임금 인상부터 인프라딜, 오바마케어 확대,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시장이 얼마나 맨친 의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할 지를 드러내 줍니다.

맨친 의원은 남부(보수)로 분류되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2005~2010년 주지사를 역임한 뒤 2010년부터 상원 의원을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맨친을 제외한 모든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선출직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맨친은 중도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초당적공화당처럼 낙태에 반대하며, 오마바 정부 때에는 클린에너지 정책에 반대해왔습니다. (맨친은 웨스트버지니아의 광산촌 출신입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 때 공화당이 낸 법안의 52%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2017년 감세법안과 오바마케어 철회법안에 대해선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맨친 의원이 향후 정국이나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5일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두 석 모두 승리한 뒤 뉴욕 증시에선 신재생에너지, 헬스케어, 은행주, 산업과 소재주 등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모두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매매를 하고 있는 것이죠. 만약 맨친 의원이 반대한다면 이들 법안은 힘을 잃거나 폭이 축소될 수 있습니다.

그는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인주 출신인 콜린스 의원도 맨친 의원 만큼 중도 성향이 짙은 사람입니다. 만약 맨친이 이탈해도 콜린스가 찬성한다면 민주당은 50표를 확보할 수 있게됩니다.

물론 필리버스터를 감안하면 세제, 지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안은 60표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양당간 협조가 필요합니다.

상황은 양당 협조가 이뤄지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공개할 부양책에서 학자금 탕감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탕감액은 1인당 1만 달러 정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당내 좌파들이 밀어부쳐온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는 공화당이 매우 싫어하는 정책입니다. 대학까지 졸업한, 고소득층(이 될 수 있는)인 사람들의 빚을 정부가 탕감해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보다는 정부 도움이 절실한 빈곤층에게 좁혀서 지원해야한다는 논리입니다.월가 관계자는 "민주당이 학자금 탕감을 공화당 반대를 피해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처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면서 "이렇게 되면 향후 민주당과 공화당간 갈등이 격화되고 양당 협력 가능성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