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위축' 일본인들…"日은 약하다" 압도적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닛케이 우편여론조사 결과 '국력 자신감' 최저치
'경제력 약하다'가 처음 앞서…유일한 자신감은 '기술력'
한국 '싫어 60% vs 좋아 20%'…북한보다 중국이 더 위협적
가장 신뢰하는 집단은 자위대…법원·경찰·검찰 순
전자결제시스템·구독형 서비스 이용률 '껑충'
일본인들의 절반 가량은 '일본의 국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본의 국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일본의 경제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를 처음 앞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작년 10~11월 전국 18세 이상 남녀 1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우편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들은 기술력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자신의 나라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의 일본 비중 '60년대 후반으로 후퇴

'일본의 경제력 평가'에서는 '약하다'는 응답이 32%로 '강하다'(28%)를 넘어섰다. 자국의 경제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더 우세해진 건 2018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2018년 첫 조사에서는 '일본의 경제력이 강하다'는 응답이 약 40%에 달한 반면 '약하다'는 의견은 25% 수준이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전성기였던 1995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일본이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군사력, 정치력, 외교력 등 나머지 국력에 대한 자신감도 현저히 떨어졌다. '군사력이 약하다'는 응답은 45%로 '강하다(11%)'의 4배를 넘었다.정치력('약하다' 46%, '강하다' 8%), 외교력('약하다' 51%, '강하다' 7%), 교육력('약하다' 32%, '강하다' 22%), 어학력('약하다' 58%, '강하다' 7%) 등에서도 약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유일하게 자신감을 보인 분야는 기술력이었다. '일본의 기술력이 강하다'는 응답이 64%, '약하다'는 10%였다. 이마저도 '강하다'는 비율이 2018년 80% 수준에서 크게 떨어졌다.

헌법개정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보수적인 색채도 강해졌다. '헌법을 개정하는 편이 좋다'는 응답이 57%로 '개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39%)를 크게 앞섰다. 2018년 조사에서는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65%)이 반대(27%)를 압도했다. 자위대가 일본인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과 국가공무원 가운데 '자위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5%에 불과했다.

법원('신뢰한다' 52%, '신뢰하지 않는다' 8%)과 경찰('신뢰한다' 50%, '신뢰하지 않는다' 13%), 검찰('신뢰한다' 44%, '신뢰하지 않는다' 10%)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앞으로 2~3년 생활에 영향줄것

한국과 중국, 북한 등 주변국에 대해서는 불신감이 높았다. '한국을 싫어한다'는 응답이 60%로 '좋아한다'(20%)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조사보다 싫어한다는 응답이 줄어든 반면 좋아한다는 응답은 크게 늘었다.'중국이 위협적이다'라는 응답이 86%로 '북한이 위협적'(82%)이라는 인식을 처음 앞섰다. 미국에 대해서는 '좋아한다'가 68%, '싫어한다'가 12%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59%로 2018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30대는 80%, 10~20대와 40대는 70%를 넘었다. 여전히 이용률이 97.7%에 달하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35%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구글이 72%로 1위를 차지했다. 라인(69%·복수응답 가능)이 야후(68%)를 처음 넘어섰다. 아마존(56%)과 라쿠텐(49%)이 뒤를 이었다.'코로나19가 앞으로 2~3년 정도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다. '1년 정도'는 16%였고, '5년 이상'이라는 답변도 11%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