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재임 기간 檢 미제사건 36%↑…미뤄지는 '민생사건' 처리

검찰이 지난해 제때 처리하지 못한 미제사건이 전년보다 3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일부 대형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되는 동안 민생 사건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민생 수사 집중’을 목표로 각종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3개월 미제’ 50% 가까이 증가

12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검찰청의 미제사건은 총 9만2869건으로 2019년(6만8092건)보다 36.4% 증가했다. 2016년 4만2680건, 2017년 4만9109건, 2018년 5만5931건 등 미제사건은 매년 20% 안팎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특히 지난해 증가폭이 두드러졌다.검찰청별로 따지면 수원지방검찰청과 산하 5개 지청의 지난해 미제사건이 1만40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중앙지검(1만2493건), 대전지검(8874건·산하 5개 지청 포함), 인천지검(7147건·산하 1개 지청 포함), 대구지검(6851건·산하 8개 지청 포함) 순서였다. 지난해 미제사건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검찰청은 울산지검(1689건→1607건)이 유일했다.

검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건은 연간 50만건 안팎으로 비교적 일정한 추세다.

검찰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는 장기 미제사건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고소·고발장이 접수된지 3개월을 초과한 미제사건은 지난해 6315건으로 전년(4248건) 48.7% 증가했다. 6개월 초과 미제사건은 같은기간 3255건에서 4693건으로 44.2% 늘었다.형사소송법에는 검사가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秋, ‘민생 검찰’ 강조했는데...

검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소환조사를 최소화하는 등 수사 일정에 차질이 생긴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생 검찰’을 강조하며 취임한 추 장관이 지난해 ‘검찰 힘빼기’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민생 사건 처리가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큰 폭으로 자주 단행해, 수사의 연속성이 떨어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 등 대형수사에 집중한 나머지 민생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국정농단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이 진행될 때도 되풀이되던 양상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중반께, 채널A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1부에 배당된 다수의 고소·고발 사건을 다른 부서에 재배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돼 다른 사건을 들여다볼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검찰은 보통 연말에 미제사건을 집중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연말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가 터지면서 검찰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이 ‘미제사건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다. 한 고소인은 “경찰이 기소의견까지 달아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