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사 펀드 조성"…與의 '코로나 이익공유제' 밑그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에서는 대기업이나 금융회사가 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사회적 참여 또는 사회적 투자라고 해서 요즘 SK에서 많이 그런 것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이나 일부 금융 쪽에서 펀드를 구성하고, 그 펀드가 중소기업이나 벤처 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업 기획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코로나19로 이익을 거둔 기업에 별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앞서 민주당의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환영하며 '특별재난연대세'를 제안했다. 홍 의장은 "세금 문제는 저희도 굉장히 민감하다"며 "세금을 거둬들여 하는 것은 굉장히 손쉬운 방법이기에 저희들도 여러 가지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지금은 코로나 양극화 시대"라며 "고소득층의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케이(K)자 모양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는 고통이지만 코로나 호황을 누리는 쪽도 있다"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며 "민간과 연대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은 (이들을) ‘코로나 승자’로 부르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와 연구해 달라"며 "이미 우리는 수탁·위탁 기업 간 성과공유제를 하고 있다. 그런 상생협력이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자발적 방식을 강조했지만, 결국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펀드를 조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LG전자와 비대면 사업에서 수혜를 본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해당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입김이 센 금융회사는 이런 여당의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인천 송도 신항 한진컨테이너터미널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협력이익공유제'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익공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대표는 "특정 업종을 거론하는 것은 아직은 빠르다"며 "조사가 있어야 하고 자발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죄라면 묵묵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국민 재산 몰수해 바닥난 국고 채우겠다는 여당 대표의 반헌법적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며 "정부가 성찰하고 반성해 감당해야 할 일을 국민 팔 비틀어 대행시키겠다는 몰염치는 어디에서 발원하나"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