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숨지게 한 '낮술 운전자' 징역 8년…부모 "이건 아냐" 울분 [종합]

유족 측 "가해자를 위한 법…사법부와 재판부 원망스러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낮에 음주운전을 해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에게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검찰 구형인 징역 10년보다 형량이 낮아지면서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 "음주 전과 있어 엄중한 처벌…참회한다는 점 감안"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판사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50대 김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김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30분경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 인도의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6세 이모군이 숨졌다. 인도에 있던 70대 행인도 크게 다쳤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지난 9월 '윤창호법'을 적용해 김씨를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으로 만 6세에 불과한 이군이 넘어지는 가로등에 머리를 부딪쳐 결국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5조11의 1항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기 위해 2018년 11월 시행돼 위험운전 치사상죄의 형량이 높아졌다. 또 이 사건은 보도를 침범한 정도가 중해 형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는 점, 유족들이 용서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지만 구속된 피고인이 거듭해서 사과하고 죄송한 마음과 음주하고 운전대를 잡은 자신의 참회한다고 밝힌 점을 종합해서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첫 재판 때부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거의 매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연수구 국제업무지구역 인근 도로에서 인천지방경찰청 연수경찰서소속 경비교통과 대원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가 검찰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징역 10년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자 사망한 이군의 유족들은 "판사님 너무하십니다. 어떻게 검사 구형보다 (형을 낮출 수 있나)"라고 외쳤다. 이들은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이다. 이거는 아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 측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2년 낮게 선고했다"며 "우리나라 사법부와 재판부가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하나라도 잘못이 없는 아이가 대낮에 음주 차량에 치여서 이렇게 황망하게 하늘나라로 갔는데 '자동차 보험' '반성문 썼다' '몸이 아프다' 이런 것으로 어떻게 2년을 삭감해 주나. 이게 말이 되는 판결입니까"고 울먹였다.이어 유족 측은 "저희 아이는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가야 하는데, 창창하게 살날이 많았는데 음주운전 가해자는 8년 선고받고 또 일주일 안에 항소할 것이다. 결국 8년보다 더 낮아지리라 생각한다"며 검사와 상의 후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가해자를 위한 판결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음주운전에 대해서 오늘 우리 아이의 사건 판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서 다음 (음주운전 사건) 판결에는 더 (형량이) 강하게 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낮게 나와서 희망이 없다"고도 토로했다.

끝으로 유족 측은 "너무 사랑하고 아빠가,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