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근하다 눈길에 갇힐라…차 회사에 두고 지하철로 발걸음

"예보에는 조금 온다더니…그나마 일찍 그쳐 다행"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눈이 내린 12일 오후 퇴근길. 며칠 전 폭설로 도로 위에 갇혔던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없었던 시민들은 지하철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오후 6시께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입구는 미끄럼 방지용 깔개를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역 안에서 만난 박모(37)씨는 "아까는 눈이 너무 펑펑 내려서 지난번처럼 집에 가기 힘들까 봐 걱정됐는데 그래도 많이 쌓이지 않고 그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눈이 잠시 잦아들었지만 바닥은 눈이 많이 왔을 때처럼 여전히 미끄러웠다.시민들이 미끄러지기 쉬운 계단보다는 에스컬레이터로 몰리면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지하철 인파는 평소 퇴근길보다 다소 붐볐다.

플랫폼 출입구마다 10명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뒤에 줄을 선 이들은 열차를 한 번 보내고 나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

2호선을 타고 시청역 부근에서 잠실역으로 귀가하는 대학생 정모(25)씨는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눈이 살짝만 온다고 했는데 훨씬 더 많이 내린 것 같다"며 "버스도 막힐 것 같아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서는 구청 관계자 등 수십 명이 삽과 빗자루로 길가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었다.한 관계자는 "지난주 폭설 때 언덕 구간에 눈이 많이 쌓여 차가 미끄러지는 피해가 있어서 더 집중적으로 제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일찍부터 시작된 제설 작업 덕에 인도와 차도에는 눈이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눈이 녹은 물에 보행로 곳곳은 여전히 미끄러웠다.

내리막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옆으로 '게걸음'을 하는 남성도 있었다.
차량 정체를 걱정해 직장에 차를 두고 퇴근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강남역으로 향하던 직장인 최모(50)씨는 "눈길 운전이 걱정돼 오늘은 차를 직장에 두고 나왔다"며 "지난주에 2시간 동안 도로에 갇혀서 오늘은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운전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남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로 퇴근한다는 직장인 황모(33)씨는 "지난주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3시간이나 운전하는 바람에 다음날 몸이 뻐근할 지경이었다"며 "서서 가더라도 눈 소식이 있으면 무조건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했다.

차도는 제설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며 주요 도로 중에 눈이 그대로 쌓이는 곳은 없었지만, 반쯤 녹은 눈에 차들은 곳곳에서 거북이걸음을 했다.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중구·종로구 도심과 강변북로·올림픽대로는 대부분 구간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일부 도로는 폭설로 한때 통행이 제한됐다가 현재는 모두 해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부터 통제됐던 종로구 북악산로와 성북구 개운산 산책로 양방향 등은 오후 6시께 통제가 모두 풀렸다.추가로 통제된 구간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