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의 홍수…"영양성분 확인해 '건강한 맛' 찾으세요"

식품 영양성분 표시의무제, 외식 프랜차이즈로 확대

저염·저열량·저알레르기 …
건강한 식생활의 첫걸음

온라인서도 성분표시 부각
50개 이상 매장 보유한
프랜차이즈도 표시 의무화
외식업은 이미 무한경쟁 체제다. 국내 소상공인의 50%가 외식업에 종사한다.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맛이다. 자극적인 맛으로 소비자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단짠단짠’(달고 짠 음식의 반복)이라는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먹거리로 인해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건강에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맛을 넘어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해졌다. 영양성분 표시를 제대로 읽고 활용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중요해진 성분 표시

국내 영양성분 표시제는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식품을 선택하고 허위·과장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5년 마련됐다. 현재까지 274개 식품 유형 중 115개 가공 식품이 의무 대상이다. 당류와 나트륨 함량이 높거나 섭취 빈도, 섭취량이 많은 가공식품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 가공식품에 영양성분 표시를 제공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인의 외식 소비 패턴은 급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음식 배달 소비가 급증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외식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3%에서 지난해 52%로 급증했다. 반면 매장 내 취식은 44%에서 19%로 급감했다. 배달앱 등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영양표시 의무가 없는 중소 외식업체와 전자상거래(e커머스) 채널에서도 영양정보 표시가 필요해졌다.

50개 매장 이상 프랜차이즈로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0개 이상 매장을 가진 햄버거·피자 등의 프랜차이즈 업체에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원료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업소는 제품의 열량, 단백질, 포화지방, 당류, 나트륨 등 영양성분 5종을 표시해야 한다. 알류(가금류만 해당)와 우유, 땅콩, 밀, 새우 등 알레르기 유발 원료 22종을 사용한 제품이 대상이다.

올해 7월부터는 어린이 기호식품 조리·판매 업소 중 점포 수 5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도 이 같은 표시가 의무화된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영양성분 표시 제공이 필요해지면서 프랜차이즈업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식약처는 추가 보완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영양표시 의무가 없는 중소 외식업체와 배달앱 등이 메뉴에 영양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25일부터 12월 18일까지 시범사업을 벌였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에 위탁해 시판 중인 전체 메뉴를 분석, 영양표시와 저염·저당 적용 가능 메뉴 등을 진단했다. 홈페이지와 키오스크 등과 연계해 영양성분 및 식품 알레르기 정보 표출에 도움을 줬다.

나트륨·당 줄인 신메뉴 개발

시범사업에는 100개 미만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5개 외식 브랜드와 2개 밀키트 브랜드가 참여했다. 외식 브랜드는 고피자, 피자헤븐, 눈꽃치즈떡볶이, 스트릿츄러스,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이다. 밀키트 분야에서는 쿡솜씨와 프레시지도 연구에 동참했다.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은 홈페이지에 메뉴별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민호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 대표는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좋은 영양을 품은 음식으로 잘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에 영양표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나트륨 함량과 열량을 낮추고 좋은 영양성분의 신메뉴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릿츄러스도 판매 메뉴의 영양성분 정보와 알레르기 유발식품 함유 정보를 매장 메뉴판과 자사 홈페이지,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 표시했다. 스트릿츄러스는 이번 영양표시 사업을 통해 알게된 정보를 토대로 기준 이상의 고열량 제품은 연구개발을 통해 저당메뉴로 변경할 방침이다.고피자와 피자헤븐도 판매 메뉴의 영양성분 정보와 알레르기 유발식품 함유 정보를 매장 메뉴판을 비롯해 자사 홈페이지, 자사앱, 배달앱 등에 표시했다. 쿡솜씨도 조리 방법과 원재료명 및 함량, 나트륨·탄수화물·당류·지방·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영양정보를 제공 중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자체적으로 식품 영양을 분석하고 홈페이지와 모바일, 배달앱 등 모든 주문 채널에 적용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한 반면 식약처의 지원을 받으면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커피 전문점과 어린이 기호식품 판매업체에서도 영양정보를 표시할 수 있도록 ‘외식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식품안전나라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식약처는 지난 8년간 저염·저당실천본부 및 사단법인 ‘싱겁게 먹기 실천연구회’ 등 민간기관과 협력해 꾸준히 나트륨·당류를 줄이는 데 노력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고혈압연맹(WHL)으로부터 질병관리청과 함께 ‘인구수준에서의 나트륨 섭취 줄이기 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