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성 노리개로" vs "팬 문화"…'알페스' 논란 가열

가열되는 '알페스' 논란
래퍼 손심바 "성범죄 정당화" 지적
"이용자 처벌해달라" 청원 16만 넘어
"취향 존중해달라" 반대 청원도 나와
실존 인물을 성적 대상화하는 '알페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 멤버를 성적 대상화하는 '알페스(RPS)'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알페스'는 'Real Person Slash'의 약자로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주인공 삼아 만든 팬픽션이다. 주로 남성 아이돌 간 동성애를 소재로 삼는다. 팬픽의 한 갈래에서 나왔지만 동성애를 넘어 성행위를 수위 높게 묘사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인 팬픽은 아이돌 1세대 시절부터 팬들 간 놀이문화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알페스'는 단순한 BL(Boys Love) 수준을 넘어 이들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 아이돌 멤버들은 물론, '알페스'에 노출되는 이들 역시 연령대가 낮은 미성년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일부 래퍼들은 직접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손심바는 SNS를 통해 "얼마 전 미투 운동이 성행했을 때 그것은 권력형 성범죄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더 큰 분노를 샀다. 또 N번방 사건이라는 청소년을 성 착취하는 초유의 범죄가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면서 "지금 트위터와 포스타입 등에서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실존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변태적 수준의 성관계와 성고문, 혹은 성폭행하는 상황을 설정한 수위 소설들로 가득 차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알페스라 불리는 그것이 일반화되어 '음지문화'라는 희석된 용어로 양심의 가책을 덜고, 언급하며 비판하는 이들은 가차없이 '사이버불링'하여 SNS를 이용하지 못하게 린치를 가해 조직적 은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예 기획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점, 그로 인해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여 이 인터넷 성범죄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쿤디판다 또한 알페스를 두고 "남녀 막론하고 피해자의 성별과 관련 없는 범죄"라고 했고, 이로한은 "역하다"는 글과 함께 자신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알페스'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알페스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도 올라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알페스 성범죄 소설문화는 이미 그 이용자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를 정도로 트위터 이용자 전반에 만연하게 퍼진 문화이며 이러한 범죄문화를 지적하고 폭로한 래퍼는 트위터에서 수천 수만개의 리트윗을 통해 집단 돌팔매질을 맞으며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권력을 가졌든 가지지 못했든, 그 누구라도 성범죄 문화에 있어서는 성역이 될 수 없다. 부디 적극적인 행정조치로 한 시라도 빨리 알페스 이용자들을 수사해 강력히 처벌해달라. 또한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적나라한 성범죄 소설이 유통되지 않게끔 SNS의 규제 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1일 게시된 해당 청원은 13일 오전 10시 기준 16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기존 영상의 인물에 연예인의 얼굴 등을 합성해 넣는 딥페이크 역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알페스' 처벌을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반면, 알페스를 팬 놀이문화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해당 청원인은 "알페스를 싫어하는 분들 때문에 하나의 취미를 잃는다. 취향 존중만 해달라"며 "알페스를 싫어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좋아한다고 처벌받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올라온 이 청원에 대한 동의는 13일 10시 기준 400여 명에 그친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