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 이어 최고인민회의…조용원·김여정 국무위 진입할까

인사문제 주로 다룰 듯…경제발전계획·기강단속 기조 맞춰 법령·예산 정비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끝낸 지 1주일도 안 돼 남쪽의 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며 발 빠르게 후속 조치에 나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오는 17일 평양에서 개최된다며 ▲조직(인사)문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한 법령채택 ▲2020년 국가예산 집행의 결산과 2021년 국가예산에 대한 문제가 토의된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지만, 노동당 대회와 전원회의 등에서 제시한 노선과 정책을 추인하며 관련 법을 제정하고 중장기 경제발전 계획과 당해년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다.

또 최고인민회의와 최고인민회의 휴회 기간 국회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회, 국무위원회와 내각 부처들에 대한 인사를 전담한다. 지난 5∼12일 8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을 총비서로 추대하고 향후 5년간 노동당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재편했으며 국가경제발전 제5개년계획과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서 이행해야 할 과업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8차 당대회에서 새로 선거된 중앙지도기관에 맞춰 국무위원회와 내각 부처 인사가 핵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통신도 이번 회의 첫째 의제로 인사를 꼽았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권한으로 국무위원장을 선거 또는 소환하고 국무위원장 제의에 의해 위원들을 선거 또는 소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의제와 관련해 헌법 개정을 언급하지 않아 일단 국무위원회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새 당 지도부 구성에 맞춰 국무위 구성원에는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 비서를 꿰차며 권력 서열 3위에 뛰어오른 조용원은 국무위원회에 당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당대회에서 당 부부장으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보여 국무위에서 직책을 맡을지 관심사다.

당대회에서 82세의 고령으로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박봉주는 국무위 부위원장직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의 유일한 여성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당대회에서 당중앙위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만큼 국무위원직을 유지할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북한이 당대회에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선 만큼 후속 조치로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에서 '국가의 통일적 지휘와 관리에 의한 경제'를 언급하고 '힘 있는 기관들'의 특수성 운운에 경종을 울리며 강한 제재조치를 언급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상을 높여 당내 전반에 대한 감사 권한을 주고 이를 집행할 규율조사부를 신설했으며, 국가보위성·사회안전성·중앙검찰소·중앙검찰소 등 법 집행 관련 기구를 관장할 법무부도 설치했다.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발표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 문제도 최고인민회의 주요 안건이다.

새 5개년 계획이 기존의 자력갱생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농업과 소비품 생산 증대 등 인민생활 향상에도 무게를 둔 만큼 이와 관련한 예산 분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을 높이고,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무기와 핵잠수함 개발 등 국방 분야 강화를 천명한 만큼 이에 대한 예산 뒷받침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년 전인 2019년 열린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석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초 최고인민회의를 이달 '하순'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가 예고보다 앞당겨지면서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전에 북한은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모두 마무리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