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1인자도 등돌렸다…'트럼프 탄핵안' 반란표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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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트럼프 기류 강해진 공화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탄핵 심판대에 선 가운데 친정인 공화당에서 ‘반란’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의회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탄핵안 발의에 내심 흡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공화당 하원 ‘넘버3’ 리즈 체니 의원을 비롯해 4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12일(현지시간)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공화당에서 ‘반트럼프’ 기류가 강해진 것이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사석에서
"트럼프, 탄핵할만한 불법 저질러"
공화당 하원 '넘버3'는 공식 찬성
당 지도부 '탄핵 반대' 독려 안해
하원서 12명 이상 이탈 조짐
트럼프 탄핵 가능성 한층 높아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매코널 대표가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해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한 불법을 저질렀으며 탄핵안이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 축출을 더 쉽게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탄핵안 발의에 흡족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친트럼프 성향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임을 요구해야 하는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물었으며, 13일 예정된 하원의 탄핵안 표결 때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길 예정이라고 전했다.폭스뉴스도 여러 관계자 취재를 통해 “매코널이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를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가 나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폭스뉴스에 “둘은 원래 서로 싫어했다”고 밝혔다. 매코널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공화당이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 완패한 데다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태까지 터지자 화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전문지 더힐도 “매코널이 ‘최고 트럼프 지킴이’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공화당 분위기는 심상찮다.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이자 공화당 원로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제지하지 않은 것이 “대통령직과 헌법에 대한 배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체니 의원의 탄핵 지지를 전후해 다른 3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도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에선 12명 이상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외국 정부의 대선 개입 유도 의혹)’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시 공화당은 하원에서 단 한 명의 이탈표도 없이 단일대오를 유지했고, 상원에선 한 명만 탄핵에 찬성했다.이에 따라 13일 하원 표결에선 탄핵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원의 탄핵안 심리가 이뤄질 경우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하는 만큼 공화당이 상원의 탄핵 심리에 찬성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이날 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대통령직 박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223표 대 205표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앞서 낸시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치적 게임을 벌이려는 하원의 노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3일 탄핵안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유인 ‘내란 선동’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백악관과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했다는 지적에 “내가 말한 것(발언)은 완전히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정치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