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와 롤러코스터를 탄' 유럽의 지난 1세기

이언 커쇼 저서 '유럽 1914-1949'·'유럽 1950-2017' 번역출간

지난 100년 동안 유럽에서 벌어진 현대사를 정리한 방대한 책 두 권이 나왔다. 영국 역사학자 이언 커쇼가 쓴 '유럽 1914-1949 : 죽다 겨우 살아나다'와 '유럽 1950-2017 :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이데아 출판사에서 동시에 번역 출간됐다.

먼저 1권에 해당하는 1914년부터 1949년을 다룬 책의 원제는 'To Hell And Back'이란 부제를 달았다.

20세기 전반의 유럽은 '지옥(hell)'으로 묘사된다. 저자는 본문에 '지옥'이란 단어를 20차례 넘게 사용했다.
'헬 유럽'의 자기파괴를 다룬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뿜어 나오는 위험한 힘들이 어떻게 파란만장한 20세기 유럽사의 진앙인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으며 상상조차 힘든 비인간성과 파괴로 끝났는지 탐구한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은 1945년이 아닌 1949년이다. 공식적인 교전은 1945년 5월에 끝났지만, 전후 유럽의 실질적인 평화와 실체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각각의 장은 유럽이 파국을 맞게 되는 4대 원인을 탐구한다.

4대 요인은 인종주의적 민족주의의 폭발, 거세고도 조정 불가능한 영토 개정 요구, 격심한 계급 갈등, 자본주의의 장기 위기 등이다. 20세기 전반기 깊은 수렁에 빠졌던 유럽이 1945년 이후 4년 안에 어떻게 회복력을 발휘했는지, 낡은 유럽의 잿더미에서 새 유럽이 뛰쳐나올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는지도 되짚어본다.

1950년부터 시작되는 책에서는 20세기 후반 유럽이 맞닥뜨린 가장 큰 곤경으로 냉전을 꼽는다.

중부 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소련에 종속된 공산당 정권들이 통치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1953년의 동독과 1956년의 헝가리,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 1981년의 폴란드에서처럼 종종 대규모 폭력으로 자국민들의 저항을 억눌러야 했다.

동서 긴장은 1961년 베를린장벽 건설 직후에 벌어졌던 찰리 검문소의 탱크 대치 사건처럼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서유럽 국가들의 국내 정치도 불안정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이전의 정부는 몇 주 동안 정부 없는 마비 상태를 종종 경험했고, 이탈리아에서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 정권의 평균 존속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68운동'인 청년들의 대대적 저항이 분출됐다.

아울러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강대국들의 탈식민화, 서유럽의 자국 내 폭력 사태, 발칸 지역의 학살 사태, 민주주의의 확대 등을 기록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유럽은 자신의 오랜 역사에서 어느 때보다도 평화롭고, 번창하며 자유로워졌다"고 서술한다.

다만, 이런 번영이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가올 몇십 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불확실성이다.

불안은 근대적 삶의 특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역사를 특징지었던 유럽의 파란만장과 우여곡절은 확실히 계속될 것"이라고 답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