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복부 밟아 살해"…검찰,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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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 장모 씨에게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법의학자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장 씨의 폭행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살인죄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징역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
살인죄 혐의가 인정되면 형량은 크게 늘어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는 양형 기준이 기본 4~7년, 가중 6~10년이다. 반면 살인죄는 기본 10~16년이고,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징역 이상도 선고가 가능하다.
검찰은 이전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둔력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만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의학 전문가 의견 조회 및 피고인의 심리분석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다"며 "사망에 이른 외력의 정도뿐 아니라 피고인의 통합 심리분석 결과, 학대 경위 등을 고려한 결과 살인에 대한 (미필적)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씨 측 변호인은 "누워있는 피해자의 등과 배 부위를 평소보다 세게 손으로 밀듯이 때린 사실이 있고 날로 쇠약해진 아이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잡아 흔들다 가슴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이어 "겨드랑이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이 없고, 다만 훈계로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소장과 대장을 찢어지게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아동유기, 방임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장씨가 15회에 걸쳐 영아인 피해자를 혼자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 씨가 피해자의 몸이 쇠약한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장 씨 측 변호인은 “아동학대와 방임·유기 등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장 씨는 올 초 생후 6개월이던 정인 양을 입양했다.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택했다. 그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했다.
살인죄 혐의가 적용되려면, 장 씨가 ‘고의성’을 갖고 정인양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 유무를 "범행 경위와 동기, 준비된 흉기의 종류, 공격 부위와 반복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는 판결도 점차 늘고 있다. ‘울산 계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10월 계모 박모 씨는 7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씨의 살인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2심인 부산고법은 살인죄를 인정해 형량을 높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7세 아이에게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지난해 9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7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모씨(42)에게 살인죄 등을 적용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씨가 7시간 이상 밀폐된 여행용 가방에 아이를 가두면 질식사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2015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6세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뒤 하루 한두 끼만 주면서 상습 폭행한 계모와 친부도 살인 혐의가 인정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7년과 17년을 확정받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50여명은 붉은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낀 채 “살인자는 사형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살인죄, 사형'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감정에 북받쳐 오열을 하기도 했다. 비상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 50여명도 현장을 지켰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1971년 개원 이후 처음으로 중계법정을 마련했다. 당첨자들은 본 법정(11석)과 중계 법정(각 20석)에 나뉘어 재판을 방청했다. 이날 재판 방청권 경쟁률은 15.9대1에 달했다.첫 공판을 마친 장 씨가 법정을 떠나자 한 방청객은 "죽어라 악마 같은 X아, 정인이 살려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법정 앞에는 불구속 상태인 양부 안 씨를 보기 위해 시민 수십명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서로 대치하기도 했다. 양부 안 씨가 법정 밖으로 나오자 시민들이 욕설하고 고성을 지르며 혼란을 빚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고인에 대한 신변보호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공지했다.정인이 양부모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검찰,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양부 안모 씨의 재판도 함께 진행됐다.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기존 공소 혐의인 아동학대치사죄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용했다. 살인죄 혐의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먼저 구하고, 살인죄가 입증되지 않으면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다는 의미다.살인죄 혐의가 인정되면 형량은 크게 늘어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는 양형 기준이 기본 4~7년, 가중 6~10년이다. 반면 살인죄는 기본 10~16년이고,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징역 이상도 선고가 가능하다.
"발로 복부 가격해 살해"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정 씨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검찰은 "피고인 장 씨는 지속적인 학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생후 16개월된 피해자의 복부에 강하게 근력을 행사하면 사망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양팔을 강하게 흔들어 탈골되게 하고, 복부를 때려 넘어뜨린 뒤 발로 복부를 강하게 밟았다"며 "이로 인해 췌장이 절단돼 600㎖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검찰은 이전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둔력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만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의학 전문가 의견 조회 및 피고인의 심리분석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다"며 "사망에 이른 외력의 정도뿐 아니라 피고인의 통합 심리분석 결과, 학대 경위 등을 고려한 결과 살인에 대한 (미필적)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살인 고의 없었다" 장 씨 측, 혐의부인
구속된 양모 장 씨는 이날 녹색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섰다. 어깨까지 머리를 길게 푼 그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양부 안모 씨는 회색 니트에 갈색 자켓을 입고 출석했다.장씨 측은 이날 살인죄는 물론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부인했다. 폭행한 것은 일부 사실이지만, 폭행으로 살인에 이르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장씨 측 변호인은 "누워있는 피해자의 등과 배 부위를 평소보다 세게 손으로 밀듯이 때린 사실이 있고 날로 쇠약해진 아이에 대한 감정이 복받쳐 양팔을 잡아 흔들다 가슴 수술 후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이어 "겨드랑이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이 없고, 다만 훈계로 때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소장과 대장을 찢어지게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아동유기, 방임에 대해선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장씨가 15회에 걸쳐 영아인 피해자를 혼자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 씨가 피해자의 몸이 쇠약한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장 씨 측 변호인은 “아동학대와 방임·유기 등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고의성' 입증해야 살인죄 '유죄'
장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아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인 양은 사망 당시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있었다.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장 씨는 올 초 생후 6개월이던 정인 양을 입양했다.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택했다. 그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했다.
살인죄 혐의가 적용되려면, 장 씨가 ‘고의성’을 갖고 정인양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 유무를 "범행 경위와 동기, 준비된 흉기의 종류, 공격 부위와 반복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아동학대 살인죄 처벌 사례 보니...
그동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학대치사죄가 적용하는 일이 많았다. 가해 부모가 “체벌 차원에서 때린 것이지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아동학대가 가정 안에서 은말하게 이뤄지고, 일반 살인사건과 달리 흉기 사용이 없다는 점도 살인죄 적용에 걸림돌이었다.다만 최근 들어서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는 판결도 점차 늘고 있다. ‘울산 계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10월 계모 박모 씨는 7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씨의 살인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2심인 부산고법은 살인죄를 인정해 형량을 높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7세 아이에게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지난해 9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7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모씨(42)에게 살인죄 등을 적용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씨가 7시간 이상 밀폐된 여행용 가방에 아이를 가두면 질식사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2015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6세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뒤 하루 한두 끼만 주면서 상습 폭행한 계모와 친부도 살인 혐의가 인정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7년과 17년을 확정받았다.
"살인자를 사형시켜라" 시민들 고성
이날 장 씨의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은 아침부터 수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법원 앞에는 "정인아, 미안해 사랑해"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수십개가 줄지어 있었다.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50여명은 붉은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낀 채 “살인자는 사형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살인죄, 사형'라고 적힌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감정에 북받쳐 오열을 하기도 했다. 비상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 50여명도 현장을 지켰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1971년 개원 이후 처음으로 중계법정을 마련했다. 당첨자들은 본 법정(11석)과 중계 법정(각 20석)에 나뉘어 재판을 방청했다. 이날 재판 방청권 경쟁률은 15.9대1에 달했다.첫 공판을 마친 장 씨가 법정을 떠나자 한 방청객은 "죽어라 악마 같은 X아, 정인이 살려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법정 앞에는 불구속 상태인 양부 안 씨를 보기 위해 시민 수십명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서로 대치하기도 했다. 양부 안 씨가 법정 밖으로 나오자 시민들이 욕설하고 고성을 지르며 혼란을 빚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피고인에 대한 신변보호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공지했다.정인이 양부모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