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유행 진원' 신천지 이만희 무죄 판결에 법조계 논란

'전체 시설현황·신도 명단 요구가 방역행위냐'가 쟁점, 법원 이만희 손 들어줘
"확장해석 금지한 죄형법정주의 판결" vs "방역 현장에 잘못된 사인 줄 수 있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1차 대유행을 불러온 진원지로 꼽힌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신도 중에서는 처음으로 6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코로나19는 대구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일주일 뒤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 협조를 받아 시작한 신도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와 역학조사가 3월께 마무리되면서 대유행은 점차 누그러졌지만 지난 한 해 발생한 신천지와 연관된 확진자는 5천213명으로 집단감염 사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신천지는 관련 시설이 모두 폐쇄됐고 이만희 총회장은 국가를 전염병 위기에 빠뜨린 '원흉'으로 지목됐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는 이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피연은 "이 총회장 측이 위장교회와 비밀센터(비밀리에 진행하는 포교장소) 정보와 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조직 보호를 위해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연일 신천지발 확진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여론이 급격히 악화한 지난해 3월 2일 이 총회장은 사태가 벌어진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도 가평 신천지 시설인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 큰절하며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같은 날 저녁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앞서 이 총회장이 민간병원에서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직접 가평으로 이동해 이 총회장의 검체 채취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총회장 등을 강제수사해야 감염병을 하루빨리 수습할 수 있다"며 이 총회장과 신천지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죄 등으로 고발하는 등 유력 정치인들도 앞다퉈 이 총회장을 비난하며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을 주장했다. 전피연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해 5월 22일 경기도 과천의 신천지교회 본부와 평화의 궁전 등 전국의 주요 신천지 시설에 첫 압수수색을 벌였다.

두 달 뒤인 7월 17일에는 이 총회장에 대해 첫 소환조사를 했고 다음 달 1일 그를 구속한 뒤 곧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11월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이 총회장은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그는 "국민에게 건강상 염려끼친 점에 대해 사죄한다"면서도 방역활동을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총회장 변호인도 "역학조사 자체와 자료제공 요청은 확실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정보가 누락한 자료를 당국에 제출한 이 총회장 측에는 형사상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 등은 증인으로 나와 "현장에서는 '전파 차단'이라는 목적주의로 일을 하는데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제공 요청도 역학조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맞서며 방역당국의 신천지 전체 신도 명단 요구 등에 대한 적법성 공방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난달 9일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검찰은 이 총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30일만이자 이 총회장이 고발된 지 321일 만인 이날 이 총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호민의 변광호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은 확장해석을 금지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법원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일부 누락되거나 오류가 있는 자료를 제출한 행위를 포괄적인 개념의 방역활동 방해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솔루스의 검사장 출신 이정회 대표변호사는 "역학조사의 개념을 두고 법원은 제한해서 해석했고 검찰은 넓게 본 것 같다"며 "역학조사와 관련한 선례가 많지 않아서 이런 의견 차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현직 검사 A씨는 "판결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이번 판결은 자칫 잘못된 사인을 방역 현장에 줄 수 있다"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경우 조직보호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를 잘못 제출하는 경우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