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마취없이 '불법 안락사' 의혹…몸이 타는 듯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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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안락사 후 지원금 가로채순천의 한 동물병원이 마취없이 유기견 100여마리를 '고통사' 시키고 지자체의 지원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동물단체가 해당 병원 원장을 횡령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병원 측 "사실무근, 법적 대응할 것"
13일 대한동물사랑협회 등 호남권 동물연대는 "순천의 A병원이 마취 등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고 유기견을 안락사 시켰다"면서 "안락사를 시행하려면 노령, 장애, 중대한 질병, 사나움 등에 포함되야 하지만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물연대에 따르면 A병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1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불법으로 안락사를 진행했다. 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마취제를 투여한 후 심정지제를 주입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심정지제를 투여하면 동물들은 '몸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데 병원 원장이 마취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기견에게 바로 심정지제를 투여하는 '고통사'를 진행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동물연대 측은 순천시로부터 유기견 1마리당 18만6000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이를 횡령하기 위해 적절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물연대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는 2017년부터 작년 말까지 등록된 순천시 직영보호소의 안락사 숫자는 132두였다"며 "지난해 A동물병원에서 고통사시킨 유기견 중 동물보로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 원장은 반려동물에 사용된 주사기는 물론, 일회용 수술용 칼, 봉합실, 수액줄과 나비바늘도 재사용했다. 순천시에서 지원한 광견병 등의 백신을 일반 만려동물에게 접종시키며 백신 접종비를 받아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A병원은 이 같은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면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만둔 직원이 증거도 없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해당 병원에 2000만원을 지원한 순천시는 유기견의 인도적 처리가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부당 진료 행위는 없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