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자행보에 與 불만 표출…"원팀 기조 헤쳐"

연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드라이브에 공개 비판 잇달아
김종민 "이재명에 눌려 의원·단체장이 말을 안해"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전 주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공개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당과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일단 집중하자"며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애써 피하려는 상황에서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드라이브가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같은 지도부 일원인 염태영 수원시장 등에게 "의원들도 그렇고, 지자체장도 그렇고 이 지사가 나오면 말을 안 한다. 눌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지사가 대권주자 지지율 1위인 것을 의식해 당내에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개인플레이'를 공개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으로 읽혔다.

한 최고위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김 최고위원 발언에 공감대가 있었다. 경기도 외의 지역구 의원들은 주민들로부터 '우리는 왜 안 주느냐'는 항의도 받는다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서 "더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이 지사를 직격했다.

다만 대권 경쟁자이기도 한 이낙연 대표는 이 지사의 독자 행보에 별다른 언급을 안 하고 "지금은 방역에 집중할 때"라는 원칙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여권 내부의 반복되는 논쟁으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상황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 측은 설명했다.

최근 여권에서 이 지사 비판 발언이 나오는 것은 재난지원금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그동안의 독자 행보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지사는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기본정책' 시리즈를 호소해왔다.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10%로 낮추자는 이 지사의 파격적인 제안에는 송영길 전해철 의원이 "서민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볼 것"이라며 공개 반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의 비판 발언을 두고 이 지사에 대한 친문 진영의 견제가 발동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며 이 지사와 친문 진영은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최근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전화로도 할 수 있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한 것은 친문 지지자를 의식해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이 당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일 뿐이고, 이 문제는 친문이든 비문이든 다들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이 하나로 통합해서 가야 하는데 이 지사가 정 총리나 김 최고위원과 부딪히는 것에 대해 우려들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