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中 시노백 백신 도입 시끌…"안전 입증 vs 면밀 검사"

필리핀·태국 '예정대로 접종'…싱가포르·말레이는 '자료 철저 검토'
중국 시노백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노백 백신을 들여오기로 한 동남아도 시끌시끌하다. 동남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13일(현지시간)부터 시노백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는 해당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다.

14일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시노백 백신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취임 후부터 친 중국 행보를 보여 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TV를 통해 방영된 연설에서 시노백 백신은 미국산 및 유럽산 코로나19 백신만큼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은 똑똑하다.

그것(시노백)이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다면 생산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소속 프란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의 경우, 정부에 시노백 백신 구매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필리핀은 시노백으로부터 코로나백 2천500만 회분을 확보, 첫 5만 회분이 2월에 도착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중국산 외에도 미국과 유럽, 러시아 제약사들과 백신 구매 계약을 맺거나 추진 중이지만,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6월까지는 시노백 백신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태국에서도 시노백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정부가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태국도 내달 20만 회분을 시작으로 4월까지 총 200만 회분의 시노백 백신을 들여올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시노백 백신의 예방효과가 50.38%라고 밝힌 뒤 논란도 조금씩 커지는 양상이다.

보건부는 현재 시노백사에 식품의약청(FDA) 승인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한 상태라면서도 시노백 백신이 이미 10만명 가량의 의료진과 군인들에게 접종됐지만, 해로운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태국 FDA의 수라촉 탕위왓 부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승인 여부는 안전성과 효과에 달려있다"면서 사용 승인 작업을 단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FDA는 가장 엄격한 보건 안전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내달 백신 접종 계획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들여와 접종을 시작한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표정이다.

시노백 백신에 대해서 예방 효과를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간킴용 보건부장관은 전날 시노백 백신은 보건부 산하 보건과학청(HSA)가 규정하는 철저한 조사 및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간 장관은 "보도된 (효능 관련) 숫자보다는 시노백사로부터 받을 공식 자료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

해당 데이터가 도착하면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HSA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전문가 위원회도 시노백 백신을 싱가포르 국민에게 접종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평가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카이리 자말루딘 아부바카르 과학기술혁신부 장관도 '선(先) 효능 확인, 후(後) 구매 계약 체결' 입장을 밝혔다. 카이리 장관은 전날 트위터에 "말레이시아는 사용 승인을 하기 전에 임상시험 데이터를 먼저 검토할 것"이라면서 "안전성과 효능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시노백 백신 조달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