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상고심서 '직권남용' 무죄…"증거 부족"

박근혜 전 대통령은 14일 징역 20년·벌금 180억원을 확정 선고를 받았지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무죄가 확정돼 눈길을 끌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중형을 확정하면서 특검이 불복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그가 참모진 등과 좌파 예술인 지원 배제를 위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공모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적시됐다.

박 전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시켜 산하기관에 지원사업 신청자 명단을 보내도록 하고 지원사업 심의상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하지만 대법원은 2019년 8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을 파기환송하면서 강요죄와 블랙리스트 관련 일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했고 파기환송심도 같은 취지로 판결을 했다.

특검은 무죄 부분 중 직권남용 혐의에만 다시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재상고심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체부 공무원의 요청으로 산하기관이 지원산업 신청자 명단을 보내고 심의상황을 보고한 것이 '의무에 없는 일'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유관기관 사이에 의견교환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에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1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 전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 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와 같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은 작년 1월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때'의 판단 기준을 적용해 일부 직권남용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이고 재상고심도 이런 판단을 수긍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