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다운' 되더라니…카드포인트 하루 100억씩 뽑아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용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 8일 만에 778억원어치의 포인트가 은행 통장으로 빠져나갔다. 카드 회원들이 하루에 100억원꼴로 ‘자투리 포인트’를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시행된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계좌이체 현금화 서비스가 8일만에 681만건 이용됐다. 포인트의 현금화 규모는 778억원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회원들이 애써 쌓아둔 포인트를 제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에 넣어 현금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목적에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최근 일주일여간 일평균 91만건(103억원)의 현금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2019년말 기준으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각각 1억1000만장씩 발급돼 있다. 이들 카드를 통해 적립되는 포인트는 2019년만 하더라도 3조4000억원이었고, 2조4000억원은 미사용 상태였다.

카드 포인트는 96% 이상이 사용되는데 포인트 소멸시효(5년)이 지나 회원들이 잃게 되는 경제적 가치는 최근 5년간 매년 1171억~1390억원이었다. 카드사들은 소멸 포인트를 이용해 해마다 50억~100억원 정도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해왔다. 나머지 소멸 포인트는 다시 카드사들이 가져간다.

카드 포인트 현금화는 2018년부터 가능했지만 카드회사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했기 때문에 얼마나 쌓여있는지도 모를 포인트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회원이 많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결제원의 앱을 사용하면 3분 정도면 모든 카드사의 포인트를 은행 계좌로 보낼 수 있다. 현대카드의 M포인트는 1포인트가 1원이 아니기 때문에 H코인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현금화 서비스에 참여했다.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 시행 초기에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결제원의 시스템이 ‘먹통’이 되고 서비스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 다수의 접속으로 서비스가 일시 멈춰지기도 했으나 관련 기관들이 긴밀히 협업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 현금화가 가장 많이 일어난 회사는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였다. 모두 178억원 상당의 포인트가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의 포인트 현금화는 각각 145억원과 106억원이 이뤄졌다.

현금화 규모가 가장 적은 곳은 롯데카드였다. 롯데카드에서는 9억3000만원어치의 포인트만 은행으로 갔다. 전체 현금화 금액의 1.2%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롯데카드는 카드업계에서 5위를 다투는 회사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라 전산서비스가 안정적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서비스 가동 일주일이 지난 14일에도 다른 카드회사와 달리 현금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카드사별 포인트 입금 시점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비씨 신한 KB국민 우리 농협카드는 신청 즉시 입금된다. 현대 하나카드는 신청 즉시 입금이 원칙이나 일정시간(현대 밤 11시, 하나 저녁 8시) 이후 신청하면 다음 영업일에 돈이 들어온다. 삼성 롯데 씨티 우체국은 신청일 다음 영업일에 현금화를 확인할 수 있다. 카드 포인트 계좌 입금 신청을 정상적으로 완료됐다면 취소가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포인트 입금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나 카드 비밀번호·CVC 정보 등을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 달라”며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결제원의 카드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는 무료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비밀번호나 CVC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