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시장' 빌딩 리모델링, 건설사 새 먹거리로 떠올라

지난해 非주거용 비율 95%
쌍용·KCC·포스코 등 '적극'
빌딩 등 상업시설 리모델링이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등 주택사업과 함께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리모델링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상업시설 등 비(非)주거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95%에 달했다.서울에서 리모델링으로 가치가 증가한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삼일빌딩’(사진)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다. 지하 2층~지상 31층 규모(연면적 4만㎡)인 이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에 494억원이 투입됐다. 1970년 준공된 삼일빌딩은 여의도 63빌딩이 완공된 1985년까지 국내 최고층 건물이었다. 당초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건물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기업 SK디앤디와 글로벌 투자회사 벤탈그린오크가 역사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했다.

상업시설 리모델링 분야의 선두업체는 쌍용건설이다.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린 뒤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소피텔 앰배서더’(현 그랜드앰배서더서울풀만) 등 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건물의 리모델링을 마무리했다.

2014년 리모델링 수주팀을 구성한 포스코건설은 약 3조원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는 등 관련 부문 강화에 나섰다.부동산 개발업계도 상업시설 리모델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디앤디는 삼일빌딩뿐 아니라 서울 중구 수송동 ‘수송스퀘어’, 명동 ‘청휘빌딩’, 제주 ‘신세계조선호텔’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서울 중구 SK네트웍스 본사 빌딩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상업시설 리모델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건축에 비해 추진 조건이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업시설과 같은 집합건물의 재건축은 구분소유자 전원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진행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관련 법 개정안에 따르면 집합건물 리모델링의 필수 동의율 요건이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