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빅테크 기업 F·A·M·A·G에 '두 번째 날'은 없다

올웨이즈 데이 원

알렉스 칸트로위츠 지음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380쪽│1만8000원

5개 기업의 재도약 원동력은
'언제나 첫날'이란 기업정신
끊임없이 신제품·서비스 발명

< F·A·M·A·G : 페이스북·아마존·MS·애플·구글 >
2017년 3월,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직원 수천 명이 모인 회의장에 나타났다. 연설문을 보다 미리 제출된 질문 하나를 읽었다. “아마존의 두 번째 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익명의 한 직원이 시장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하고 매년 1만 명씩 직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아마존의 두 번째 날은 어떨지 상상해보라고 한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직원들에게 “매일을 아마존의 첫 번째 날인 것처럼 일하라”고 격려해온 베이조스는 말했다. “그날은 정체의 날입니다. 정체는 상실로, 고통스러운 절망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어 베이조스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첫 번째 날이어야 하는 겁니다.”아마존을 비롯해 주요 거대 기술기업들은 조금씩 다른 모습이지만 ‘언제나 첫날(Always Day One)’이라고 불리는 남다른 기업정신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개발하면서 하나의 발명이 성공할 때마다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 발명을 모색한다. 구글 역시 검색 웹사이트로 시작했지만 스테이 튠, 검색엔진 크롬, 구글 어시스턴트 등 기존 제품에 도전하는 신제품을 계속 발명해내고 있다.

미국 뉴스 매체 ‘버즈피드’의 선임기자로, 세계에서 기사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정보기술(IT) 전문기자인 알렉스 칸트로위츠는 FAMAG(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라는 세계적 기술기업들이 오늘날 시장을 지배하면서도 끊임없이 재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파고들었다. 그가 쓴 《올웨이즈 데이 원》은 이들 기술기업이 남들과 무엇을 다르게 행동하는지, 그들의 방법이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기업들은 대개 성장-둔화-정체-노화로 이어지는 일반적 비즈니스 주기를 따르지만 이들 기술기업은 달랐다. 상당수는 첫 번째 날로 되돌아감으로써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해졌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부터 파트타임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부자들을 130회 이상 인터뷰한 저자는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이들 기업의 수장들이 모두 뛰어난 리더가 아니라 설득자라는 것. 자신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며 비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자기 아이디어가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다음은 CEO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 그래서인지 그들이 구축한 문화 안엔 ‘엔지니어 사고방식’이라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엔지니어 사고방식은 발명을 중시하고 직급과 체계를 뛰어넘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자유로운 수직구조, 직원과 집단 간 협력을 강조한다. 저자는 “‘첫 번째 날’ 역시 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거둔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창조정신을 강조하는 엔지니어적 사고방식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저자는 FAMAG로 불리는 다섯 기업의 혁신적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아마존은 첫날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여전히 발명에 집착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안에서 발명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놨다.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해 더 많은 발명을 대규모로 이뤄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페이스북에선 피드백을 선물로 여긴다. 페이스북에서 피드백이란 문제에 귀 기울이고 논의해보자는 제안이다. 직원의 40%는 자체 교육기관에서 피드백 공유 방법을 배운다. 구글에선 아이디어가 내부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조차 통제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툴은 집단의식을 중심으로 직원들을 연결하고 사업부 간 장벽을 허물어 지구상에서 가장 협력적 조직으로 바꿔놨다.

저자는 ‘올웨이즈 데이 원’이라는 정신은 미래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을 기업들의 혁신적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스티브 발머가 이끌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명보다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인 윈도와 오피스에만 집중했고, 속도가 느린 관료주의적 문화 속에서 10년을 잃어버렸다.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사내 수직구조를 철폐하고 발명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발머 시대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혁신의 시대에 불을 지피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사례는 ‘올웨이즈 데이 원’ 정신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