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시대…"저금리 못이겨 돈 증시로 유입"(종합)

거래소·금투협, 자본시장 CEO 좌담회
저금리로 가계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 금융자산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거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스피 3,000 돌파 기념 자본시장 CEO 좌담회'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 우리 증시는 글로벌 국가 중 가장 많이 올랐고 개인 투자자의 폭발적 자금 유입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올해 1월 들어 5거래일간 11조원이 들어왔는데 이는 24년간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처음 보는 유입 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한 금융자산이 저금리를 못 이겨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며 "작년 3분기 말 기준 금융자산 4천325조원 중 주식이 852조원이고 이자도 안 주는 예금이 1천931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증시로 들어오는 돈의 성격에는 저금리로 인한 구조적 요인과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집을 사기 어렵고 빚을 내기 힘드니 주식으로 들어오는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 가계소득이 정체하는 원인은 자영업 부진과 저금리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라며 "주식투자는 자산 증식을 위해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피 3년 연속 하락은 외환위기 때인 1995∼1997년이 유일하고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2년 연속 하락도 없었다"며 "생각보다는 시간을 두고 투자하면 우여곡절이 있어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증권가 CEO들은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이한 국내 주식시장을 향해 좋은 평가와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은 "코스피가 3,000이 된 요인에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각국 정책,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및 성장 동력 확보와 더불어 '동학 개미 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 자금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가 시장 주체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에는 개인, 기관, 외국인 간 정보 불균형 해소가 있다"며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개인이 시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으며 '스마트 개미'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태진 JP모건증권 대표는 "한국의 방역이 해외에 긍정적인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라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부 정책도 긍정적 효과를 줘서 한국 주식시장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신흥시장 자금 유입은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 주식시장에도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들은 최근 증시가 과열된 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선을 그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증시 과열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다르게 본다"며 "우리 주식시장이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사업에 적합하도록 자본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시장 발전은 기업 성장에 필요하며 주식시장의 성장은 투자자들에게 이익으로 온다"고 덧붙였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실물 시장 가격이 낮지 않은데 유독 주식만 여러 디스카운트 요인 때문에 저평가됐다"며 "버블이라는 근거를 지수가 1년 동안 얼마나 상승했는지로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1989년 1,000포인트, 2007년 2,000포인트 이후 14년 만에 3,000포인트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