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난동 잔해 치우자'…워싱턴 청소봉사 나선 전역군인들

"트럼ㅍ 난입한 사람 중 전역군인도 있어…심장에 칼맞은 느낌"
인종차별 항의시위도 참여…'군인은 보수적' 고정관념과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시위대가 폭도로 변해 의사당에 난입한 지난 6일(현지시간).
민의의 전당에 들이닥친 이들 중 상의를 벗고 뿔달린 모자를 쓴 채 성조기를 휘두르는 남성의 모습이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주술사 같은 외모로 '큐어넌 샤먼'이라 불린 제이컵 앤서니는 미 해군에서 2년을 복무한 전역 군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의회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애슐리 배빗 역시 미 공군에서 14년을 복역하며 해외파병 임무를 네 차례 수행한 재향군인이었다.

의회 폭동에 전역 군인이 가담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모든 군인이 그들과 같진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워싱턴DC 인근에 사는 전역 군인들이 행동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미 해군에서 13년 복무한 데이비드 스미스(40)는 최근 다른 전역 군인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지난 6일 시위대가 휩쓸고 간 거리를 청소했다.

당일 약 200명이 모여 쓰레기를 줍고, 극우세력을 상징하는 문양의 스티커를 제거하고, '도둑질을 멈춰라' 등이 쓰인 푯말을 수거했다.

스미스는 의사당에 난입한 사람 중 전역 군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칼에 찔린 느낌이었다"면서 "군에서 복무했다고 의사당에 쳐들어가도 처벌받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복무하다'라는 모임을 운영하는 그는 평등과 정의를 옹호하는 전역 군인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WP에 전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여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이후 전국적으로 벌어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도 전직 군인들과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이들과 시위에 동참한 전역 해병대 한스 폴머(35)는 "군인은 전부 보수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라면서 "이 나라에 진정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고, 풀뿌리 운동에 나서는 게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들은 봉사와 사회운동이야말로 입대 당시 낭독한 선서의 뜻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계속 복무하다'에 가입한 린지 루소(40)는 "전역 군인은 균질한 집단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입대 당시 헌법을 보호하기로 선서했지, 특정 인물에 대해 선서한 게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