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또 있었다…동거남 3살딸 때려 숨지게 한 30대女

아이 바닥에 던지고 막대로 머리 내리친 것 확인돼
법원 "어린 피해자 뇌사상태서 비참하게 생 마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부모로부터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이 사건'에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사실혼 관계의 동거남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회피 태도로 일관…엄중 처벌 불가피"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15일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재판부는 "피해 아동을 양육하면서 쌓인 불만과 서운함 등의 감정이 폭발해 만 3세에 불과한 피해 아동을 바닥에 던지고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막대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중한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과 사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은 엄마라고 부르던 피고인으로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가해진 폭행을 당해 뇌사상태에 빠져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고, 친부는 사랑하는 딸을 잃고 정신적 충격에 빠져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러서 회피하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고, 진솔하게 진술하고 있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 권고 기준이 (가중 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6∼10년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둔기로 어린 피해자를 때리는 등 범행 방법이 잔인하다"며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당시 A씨는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대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으며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면서 '치사'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치료한 신경외과 전문의나 부검의 등은 "(피해자에게서 나타난) 두개골 분쇄 골절은 상당히 강한 충격에 의해서 나타난다"거나 "봉이나 죽도 등을 이용해 끌어치는 타격으로 강한 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재판부에 의견을 밝혔다.

A씨는 앞서 2019년 1월28일 오후 3시께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집에서 동거남 딸 B양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B양은 두개골이 부러진 뒤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가량 뒤인 같은해 2월26일에 숨졌다. A씨는 범행 1시간30분 전에 '또 X 맞았음. 사전에 경고했는데. 밀어 던졌음. 티 안 나게 귓방망이 한 대 맞음'이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B양이 장난감을 정리하지 않고 애완견을 쫓아가 괴롭혔다는 등의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