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민식이법…피해자 이름 붙여 여론에 호소도

"법안 필요성 강조한다지만
지나치게 여론 의식하면 문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회적 현안을 다룬 법에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는 정치권의 관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법안에 대한 진지한 심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도 일고 있다.

정인이법은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해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과 아동학대가 신고되면 즉각적인 조사·수사 착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이들 개정안은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5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조사도 없이 통과된 정인이법이 아동학대와 경찰의 미흡한 대응 등을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하도록 한 민식이법은 2019년 10월 발의된 지 두 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하고, 상해를 입히면 최대 15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법이다. 과잉 처벌 문제가 제기됐지만, 김군을 애도하는 여론에 휩쓸려 법안은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유명 인사의 이름을 법안에 붙인 사례도 많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구하라법(민법), 친권이 있는 부모가 사망한 뒤 가정법원의 심사를 통해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를 결정하도록 한 최진실법(민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칭 법안들은 유가족에게 계속해서 정신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희생자의 이름이 붙은 법안에 반대하면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가로막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