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도입 막연한 두려움…전문가 키우면 충분히 해결"

노삼혁 UNIST 인공지능대학원장

국제컴퓨터학회 석학 회원 선정
상위 1%에게만 돌아가는 명예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사내에 전문가가 없어 성과가 막연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AI를 통한 디지털 전환을 확산하기 위해선 산업현장 실무자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삼혁 UNIST(울산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일선 실무자 교육을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노 원장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난 13일 컴퓨터 분야 최고 학회인 국제컴퓨터학회(ACM) 석학회원으로 선정됐다. 전체 회원 가운데 가장 높은 성취를 보여준 상위 1% 연구자에게만 돌아가는 자리다. 노 원장은 이날 발표된 신규 석학회원 95명 중 유일한 국내 대학 연구자다. 현재까지 ACM 석학회원에 선정된 국내 대학 연구자는 노 원장을 포함해 네 명뿐이다.

노 원장은 약 20년 전부터 플래시메모리 소프트웨어 개발에 앞장섰다. 연구 성과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원장은 삼성전자의 피처폰에 탑재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도 기여했다. 최근에는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공들이는 분야인 비휘발성메모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AI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며 “저장장치 기술이 향후 AI 기술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학생들을 위한 AI 교육 지향점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프로그래밍을 쉽게 느끼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노 원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한 뒤 어렵게 생각해 관련 분야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며 “교육 과정에서 무리하게 AI를 가르치는 것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컴퓨터 기초를 교육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몇 년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변혁”이라며 “거대한 산업의 전환이 밀려오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창출되는 기회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장은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현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 초빙교수와 홍익대 교수를 거쳤다. 2015년 UNIST에 부임한 뒤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학부장을 지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