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소상공인 연대기금 조성…바닥다지는 이익공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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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세 신설 거론되나 국민합의 필요
피해계층 직접지원 집중 목소리도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K자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이익공유제를 놓고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 화두를 꺼낸 뒤 여당은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이익공유를 위한 상생 경영 사례들을 검토 중이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여서 여러 방법이 가능성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혜를 많이 본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과 협력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한 연대기금으로 피해 소상공인을 돕는 방식 등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플랫폼 기업, 수수료 인하 통해 자영업자와 상생
K자 양극화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계층이 피해 계층과 그 이익을 어느 정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당정 모두 공감대가 있다. 아직은 당이 주도적으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는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 간 협력' 방식이 꼽힌다.
배달의민족, 쿠팡,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비대면 소비 트렌드 급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가장 혜택을 많이 입은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처럼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가맹점들과 온라인몰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도 있다. 이런 방식을 법제화해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부 조달 사업 참여 때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양보를 통해 생태계 자체를 키운다는 면에서 플랫폼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도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가 협력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혜택을 준 사례가 있다. 올해부터 애플은 중소 개발자를 위한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했고 도어대시, 그럽헙, 포스트메이츠 등 미국 배달앱도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 간 협력 방식은 현재 시행 중인 성과공유제, 시범 사업 중인 협력이익공유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성과공유제는 위·수탁기업이 공동 노력으로 달성한 원가 절감 등 수탁기업의 성과를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방식이고,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간, 중소기업간, 위·수탁기업간 공동의 노력으로 달성한 판매 성과 등 위탁기업 등의 협력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대 국회에서 '반(反)시장법'이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조정식·정태호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 기업·개인 자발적 기부 통한 상생기금 조성
기부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피해계층을 돕는 방식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피해에 대한 연대가 핵심인 만큼 캠페인성으로 자발적인 기부를 독려해 연대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으로 피해를 당한 사업자들을 돕는 방식이다.
기금을 만들 경우에는 '착한 임대인' 사업처럼 기부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을 통해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국채 발행, 한시적 사회연대세,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만들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조성하는 연대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회사들이 2억유로(약 2천666억원) 규모의 자금 기부를 결정했다.
독일에서는 BMW, 포르쉐, 지멘스 등 기업별로 사업장 노동자 1인당 350유로씩 연대기금을 적립하고 해당 기금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근거해 조업단축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에게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 코로나재난기금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이해 관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기업이 사회 책임을 함께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익공유가 자발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대기업 출연금 강요 사건처럼 불법이 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한 기금 조성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 재난세 등 세금 신설도 언급되나 국민적 합의가 우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인 기부에만 기댈 수 없는 만큼 세금을 거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난세 등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이나 수혜를 많이 본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한시적으로 올리는 방안, 부담금을 더 걷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론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나 담세자 범위를 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고 결국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하므로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누구한테 어떤 이익을 어느 기간 동안 가져올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으면 논란만 불거질 수 있고 쉽지 않은 문제"라며 "잘못하면 증세 이슈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이익 공유 방식에 대해 "잘 하는 사람들이 확 밀고나갈 수 있게 정부가 도와주고, 낙수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맞다"(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가장 피해를 본 그룹들에 정부가 재정 지출을 집중해야 한다"(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피해계층 직접지원 집중 목소리도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K자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이익공유제를 놓고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 화두를 꺼낸 뒤 여당은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이익공유를 위한 상생 경영 사례들을 검토 중이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여서 여러 방법이 가능성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혜를 많이 본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과 협력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한 연대기금으로 피해 소상공인을 돕는 방식 등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플랫폼 기업, 수수료 인하 통해 자영업자와 상생
K자 양극화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이익을 본 계층이 피해 계층과 그 이익을 어느 정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당정 모두 공감대가 있다. 아직은 당이 주도적으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는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 간 협력' 방식이 꼽힌다.
배달의민족, 쿠팡,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비대면 소비 트렌드 급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가장 혜택을 많이 입은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처럼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가맹점들과 온라인몰 매출을 공유하는 방식도 있다. 이런 방식을 법제화해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부 조달 사업 참여 때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양보를 통해 생태계 자체를 키운다는 면에서 플랫폼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도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가 협력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혜택을 준 사례가 있다. 올해부터 애플은 중소 개발자를 위한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했고 도어대시, 그럽헙, 포스트메이츠 등 미국 배달앱도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 간 협력 방식은 현재 시행 중인 성과공유제, 시범 사업 중인 협력이익공유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성과공유제는 위·수탁기업이 공동 노력으로 달성한 원가 절감 등 수탁기업의 성과를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방식이고,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간, 중소기업간, 위·수탁기업간 공동의 노력으로 달성한 판매 성과 등 위탁기업 등의 협력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대 국회에서 '반(反)시장법'이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조정식·정태호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 기업·개인 자발적 기부 통한 상생기금 조성
기부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피해계층을 돕는 방식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피해에 대한 연대가 핵심인 만큼 캠페인성으로 자발적인 기부를 독려해 연대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으로 피해를 당한 사업자들을 돕는 방식이다.
기금을 만들 경우에는 '착한 임대인' 사업처럼 기부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세액공제 등 세제 지원을 통해 동참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국채 발행, 한시적 사회연대세,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만들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조성하는 연대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회사들이 2억유로(약 2천666억원) 규모의 자금 기부를 결정했다.
독일에서는 BMW, 포르쉐, 지멘스 등 기업별로 사업장 노동자 1인당 350유로씩 연대기금을 적립하고 해당 기금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근거해 조업단축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에게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 코로나재난기금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이해 관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기업이 사회 책임을 함께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익공유가 자발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대기업 출연금 강요 사건처럼 불법이 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한 기금 조성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 재난세 등 세금 신설도 언급되나 국민적 합의가 우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인 기부에만 기댈 수 없는 만큼 세금을 거두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난세 등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이나 수혜를 많이 본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한시적으로 올리는 방안, 부담금을 더 걷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론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나 담세자 범위를 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고 결국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하므로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누구한테 어떤 이익을 어느 기간 동안 가져올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으면 논란만 불거질 수 있고 쉽지 않은 문제"라며 "잘못하면 증세 이슈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이익 공유 방식에 대해 "잘 하는 사람들이 확 밀고나갈 수 있게 정부가 도와주고, 낙수효과가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맞다"(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가장 피해를 본 그룹들에 정부가 재정 지출을 집중해야 한다"(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