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한류 3.0' 가속도…대형기획사 현지그룹 제작 러시

K팝 시스템 적용해 육성…JYP 니쥬 日서 성공, 빅히트도 현지제작 출사표
최근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해외 현지를 기반으로 한 아이돌 그룹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면서 이른바 'K팝 한류 3.0' 흐름에 속도가 붙었다. K팝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 보통 1단계는 한국 가수의 외국 진출, 2단계는 외국인 멤버를 그룹에 포함해 해외를 공략하는 것을 가리킨다.

3단계는 외국에서 직접 K팝 시스템을 적용해 그룹을 육성하고 데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런 'K팝 한류 3.0' 전략은 K팝의 세계적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한층 동력을 얻었다. 글로벌화가 가속하며 자연스럽게 K팝이란 장르의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 빅히트도 日기반 보이그룹…'특급신인' JYP 니쥬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을 근거로 활동할 보이그룹을 제작한다는 계획을 연초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빅히트 일본 법인 빅히트 재팬(Big Hit Japan)이 엠넷 오디션 '아이랜드'에 참가했던 멤버 5명에 새 오디션 '엔오디션'(&AUDITION)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더해 팀을 꾸린다. 이 그룹은 연내 데뷔할 예정이다.

아이랜드 출신 멤버들은 일본인 케이·타키, 한국인 의주·경민, 대만인 니콜라스로 국적이 다양하며 목표도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활동 기반을 일본에 둔다는 점이 기존 빅히트 소속 그룹들과 다르다. JYP엔터테인먼트 일본 걸그룹 '니쥬'(NiziU)는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로 탄생한 니쥬는 멤버 9명 모두 일본인이지만 JYP 본사에서 한국식 트레이닝을 받았고 K팝 스타일의 음악과 안무를 선보인다.

지난해 6월 발표한 프리 데뷔곡 '메이크 유 해피'(Make you happy)부터 인기몰이를 하며 '초특급 신인'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발매한 정식 데뷔 싱글 '스텝 앤드 어 스텝'(Step and a step)은 여성 가수 데뷔 앨범 기준 역대 2위 기록을 세웠고, 일본 최고 인기가수들이 출연하는 연말축제 '홍백가합전'에도 데뷔 29일 만에 입성했다.

JYP는 중국에서도 2018년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손잡고 그룹 '보이스토리'를 데뷔시켰다.

'프로젝트 C'로 알려진 중국 기반의 또 다른 보이그룹 프로젝트도 추진 중인 것으로 증권사 보고서에 언급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무한 확장형' 보이그룹 NCT의 지역별 유닛을 계속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SM 대표는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2020' 기조연설에서 올해에도 "꽤 큰 NCT의 팀이 데뷔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SM이 프로듀싱한 NCT 중국팀 웨이션브이(WayV)는 지난해 6월 첫 정규 앨범으로 중국 음악 사이트 QQ뮤직 인기차트 및 급상승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 반응을 얻었다.

◇ 검증된 K팝 브랜드가치…기획사는 수익모델 다각화
국내 기획사들이 왕성하게 해외 기반 그룹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그간 꾸준히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온 K팝의 브랜드 가치가 일정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K팝은 체계적인 연습생 트레이닝과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음악·퍼포먼스·시각 요소가 어우러진 '토털 패키지'를 생산해낸다.

이런 K팝 특유의 시스템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BTS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K팝이 네임밸류를 얻다 보니 현지에서 현지 언어로 부른다고 해도 이를 자신들의 음악이라기보다 K팝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K팝이라고 불릴 때 얻게 되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며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K팝이 가진 위상이 워낙 강력해 현지화 전략이 통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기획사로선 현지화를 통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가요계에서 거대하고도 충성도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다는 것이 큰 파워"라며 "내수시장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현지화는 수익구조상 활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역사 문제가 상존하는 동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기반 가수를 키우는 것은 현지 대중의 저항감과 외부 리스크를 줄일 방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K팝의 현지 기반 전략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K팝 노하우의 '해외유출'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규탁 교수는 이에 대해 "한류가 뜨기 시작하면서 동아시아 많은 나라가 K팝 인력을 스카우트해갔음에도 K팝의 인기는 가라앉지 않았다"며 "중국이나 일본이 K팝 시스템을 몰라서 지금까지 K팝 같은 성공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짚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외국에서 단순히 몇 가지 노하우를 가져간다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해결될 수 없는 문화적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며 "결정적인 차이는 음악과 각종 활동에서 개방성과 소통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느냐에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