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핵심부품'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투자…2030년 세계 1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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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속도 내는 대기업“인수합병(M&A)에 맞먹는 투자.”
2018년 6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 교수(현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와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현 삼성리서치 뉴욕 AI센터장) 등을 영입했을 때 나온 일각의 평가다. 세계적인 석학 영입 등 AI 연구에 투자한 효과가 웬만한 M&A 못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구글이 AI 석학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디엔엔리서치’를 통째 인수한 것과 비견됐다. 승 사장은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리 센터장은 차세대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AI 센터 설립해 선행 연구
AI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지정하고, 직접 챙기는 분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1월에는 승 사장과 함께 세계 AI 분야 4대 구루(Guru)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를 만나 미래 AI산업 발전 방향과 삼성전자의 AI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를 출범시키면서 산하에 AI 센터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AI 관련 선행 연구 역할을 강화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센터별 중점 연구 분야를 정했다.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센터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2021년 현재 한국, 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7개 지역의 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 기초 연구와 핵심 원천기술 선행 개발을 위해 설립된 종합기술원에서도 국내외에 AI 기지를 설립해 AI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 몬트리올 AI랩을 개소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몬트리올 AI랩을 세계적인 AI 전문 연구기관인 밀라연구소가 있는 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에 적용 가능한 AI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 투자
최적화된 AI 기술을 구현하는 데는 시스템 반도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부회장의 올해 첫 경영 행보도 시스템 반도체였다. 그는 지난 4일 새해 첫 근무일을 맞아 경기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플래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다. 이 부회장은 평택 2라인 구축·운영 현황과 반도체 투자·채용 현황, 협력 회사와의 공동 추진 과제 등을 보고받았다. 이어 초미세 반도체 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점검한 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CES에서 나타난 ‘AI 석학’ 효과
투자 결과는 지난 11~14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21’에서도 드러났다. 승 사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점점 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취향까지 고려하는 삼성의 혁신 제품과 AI·사물인터넷(IoT) 기반 서비스를 대거 소개했다.AI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로 ‘스마트싱스 쿠킹’과 스마트 TV용 ‘삼성 헬스’가 등장했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조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인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올 1분기 내 한국과 미국에 먼저 도입될 예정이다.스마트 TV용 삼성 헬스는 스트레칭, 근력 운동,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종류의 고화질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스마트 트레이너’ 기능을 통해 TV에 연결된 USB 카메라로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자세 정확도, 동작 횟수, 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