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차 협력·로봇시장 진출…미래 모빌리티 사업 '가속페달'

신사업 속도 내는 대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네 발로 걷는 로봇 ‘스팟’.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함께 개발하고, 생산 과정에서도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수하기로 한 세계 최고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로봇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중국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애플과 협업 논의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대차그룹에 이른바 ‘애플카’ 개발 및 생산 관련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의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동맹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한 상태다.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르면 2024년 출시할 애플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의 생산력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연간 800만 대의 양산 능력과 현대모비스 등 부품 계열사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개발했고, 올해부터 이를 적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E-GMP를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 5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애플이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율주행차용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함께 제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자동차 생산을 현대차그룹에 맡길 가능성도 있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이 거론된다.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중 한 곳에서 애플의 자동차를 수탁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로봇산업도 진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2월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계 최고 로봇 기업이다.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업은 네 발로 걷는 로봇 ‘리틀 도그’ ‘치타’ ‘스팟’ 등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사람과 같이 두 발로 걷는 로봇 ‘아틀라스’도 선보였다.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한 로봇이다.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바퀴 달린 로봇 ‘핸들’도 선보이며 영역을 넓혔다.

완전한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면 최첨단 인지·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로봇 기술이다. 로봇 기술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상황 변화를 즉각 감지·대응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판단 및 대응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정밀 제어 기술은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 요소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수료연료전지 생산기지도

현대차그룹은 한국, 유럽,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최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광저우개발구 정부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판매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계약을 맺었다.

신설 법인은 100% 현대차그룹 지분으로 설립된다. 생산기지는 2월 말 착공, 내년 하반기 완공된다.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연간 6500기 규모로 생산한다. 이를 통해 중국 수소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