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배터리·전장부품 '뉴 LG' 날갯짓

신사업 속도 내는 대기업
지난 12일 오후(미국 동부시간) 권봉석 LG전자 사장(오른쪽)과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가 전기차 합작법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최근 LG그룹엔 변화가 많다. 지난해 12월 배터리사업을 진행할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했다. 같은 달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자와 화학이 중심이었던 LG그룹이 본격적으로 전장사업 육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업계에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뉴 LG’ 구상이 하나둘씩 현실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승부수는 전기차 배터리

LG화학은 지난해 9월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사업 분할안을 결의했다. 전기차 확산으로 배터리산업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시점에 회사를 분할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었다. 2024년 연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이 내세운 목표다.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과제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다. 기업가치가 50조원 이상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손꼽히는 대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르면 올 하반기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관사 선정 후 1분기 지정감사를 받은 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상반기에 승인받을 수 있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려면 지금보다 많은 배터리 생산시설이 필요하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성장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기업으로 변신하는 LG전자

LG전자는 전장 사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오는 7월 출범하는 마그나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핵심인 파워트레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목표다.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일각에서는 합작회사가 애플의 차세대 전기차에 전기차 모터 등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합작법인은 LG전자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투자 금액은 LG전자와 마그나를 합쳐 9억2500만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 합작회사는 인천과 중국 난징에서 전기차용 모터와 전기차 인버터, 전기주행 시스템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이 승인되면 7월께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관련 사업 분야 임직원 1000여 명이 합작법인으로 이동한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LG의 기술 역량과 마그나의 오랜 사업 경험이 합작법인의 시너지를 창출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산업에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스타트업도 사들여

전장 이외의 분야에서도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일 인공지능(AI) 기술로 TV 광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했다. 약 8000만달러(약 870억원)를 투자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알폰소는 2012년 설립된 데이터 분석 업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TV 광고와 콘텐츠를 분석한다. 북미에서만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영상 솔루션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알폰소의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LG 채널에 적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맞춤 콘텐츠를 제공해 TV 시장의 잠재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의 콘텐츠 수익도 늘어날 전망이다. LG 채널에 들어가는 광고가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면 광고 단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