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되풀이되는 재벌 총수 구속 '흑역사'

삼성 총수 3대째 사법 수난…현대차·SK·CJ·한화 총수도 구속 전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속되면서 국내 재벌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 역사가 회자되고 있다. 삼성은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을 시작으로 고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까지 3대를 거치며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SK, 롯데, CJ, 한화 등 다른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이미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 등 법원·검찰과의 악연이 깊다.
◇ 삼성 총수 3대째 수난…이재용 2차례 구속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에서 구속된 첫 총수라는 타이틀에 이어 2번이나 구속된 총수라는 불명예 기록의 당사자가 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2017년 2월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첫 구속 당시 이 부회장은 한 달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7년 1월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한차례 기각했고, 특검이 1개월 후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이면서다. 삼성 총수 일가의 사법 수난은 3대째 수위를 높여가며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기소되지는 않았고, 이건희 회장은 재판까지 넘겨졌으나 구속은 면했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으로 차남인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고, 이 전 회장은 한국 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이후 불구속 기소돼 이듬해인 1996년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하진 않았다.

2005년에는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과 법조계에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는 폭로가 담긴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07년에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특검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은 뒤 사면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비자금 사건 당시엔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전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으나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정확히 1천78일만에 재수감됐다.

◇ 최태원·이재현·김승연 등도 구속 수감…재벌 총수와 사법당국 악연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법원·검찰과 악연이 깊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2000년 4월부터 2005년 5월까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위아 등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 1천34억원을 조성하고 회삿돈 9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구속 기소됐다.
정 명예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항소심과 파기환송심을 거쳐 결국 200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이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신생아에게 간식으로 우유를 먹이며 봉사활동을 했다.

정 명예회장은 앞서 1978년 한국도시개발공사(현 현대산업개발) 사장 시절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2년 동생인 최재원 SK수석부회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자금을 펀드에 출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636억원을 빼돌려 횡령·전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제가 한꺼번에 기소된 이례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복역 2년7개월 만인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최 회장은 이에 앞서 2003년 2월에도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은 바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95세였던 2017년 12월 배임·횡령 혐의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로 2018년 1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신 회장은 약 10개월 간 옥살이를 하다 같은 해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후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받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여년에 걸쳐 5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1993년 불법 외화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04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 10억원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2005년에는 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으로 수사받았으나 기소되진 않았다.

또 2007년 6월에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보복 폭행' 사건으로 구속기소됐고, 2011년 1월엔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13년 1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2013년 7월 횡령·배임 등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은 1·2심 모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2015년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건강 악화를 사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여러 차례 신청해 잠시 구속 상태가 정지된 적도 있다.

2016년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 재상고를 포기했고, 결국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2017년 5월 경영에 복귀했다.

가장 최근에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천300여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되진 않았고, 지난달 대법원이 조 명예회장의 법인세 포탈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아들인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또 작년 1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이 회장은 2018년 2월 구속기소 됐다가 1심 재판 중 고령과 건강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났다.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으나, 2심에서 감형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이밖에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11월 재판에 넘겨져 부자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각각 횡령 등 혐의로 2011년 1월과 5월 구속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