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1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공백'…대규모 투자 지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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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 공백' 또 현실화'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약 4년에 걸친 재판 끝에 실형을 선고 받자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외신 "이재용 구속, 삼성·한국 경제에 악영향 끼칠 것"
국내 경제단체도 일제히 우려
삼성, 공식 입장 자제하나…"참담한 심정"
로이터통신은 18일 "경쟁업체들을 추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총수가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게 됐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그러면서 "(이 부회장 구속은)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사망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상속 과정도 감독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중관계를 보다 험학하게 만들고 글로벌 경쟁은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소비자 가전 회사의 최상층에 '공백'이 생겼다"고 했다.블룸버그통신은 "이 부회장은 2018년 석방된 후 자주 정부 관련 행사와 공공행사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삼성의 통상적인 사업은 다수의 관리자(전문경영인)들이 운영하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전략적, 장기적 움직임은 지연되거나 복잡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도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0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 이후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는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경영 톱(수장)이 될 예정이었지만 삼성은 다시 '톱 부재'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자가 정해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국내 경제단체도 일제히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한국 경제에 큰 악영항을 끼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이번 판결로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는 논평에서 "판결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에는 삼성전자의 대외 이미지와 실적뿐 아니라 수많은 중견·중소 협력업체의 사활도 함께 걸려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이 부회장의 선처를 바라며 재판부에 탄원서까지 제출한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 측은 "한국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데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할 수밖에 없어서 이 부회장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데 신산업을 유치한다던지 하는 중요한 부분에서 총수로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실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돼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재용 부회장은 우리나라 최고 수출기업의 리더로서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렇게 구속판결이 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 및 법정 구속 판결이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총수 부재의 현실화에 삼성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재판 결과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부 선고 이후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사건 본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