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공공재개발'…흑석·양평 매물 사라져

후보지 발표 이후 문의 급증

'개발 기대' 집주인 매물 거둬들여
흑석동 30억~40억 상가만 남아
양평동 전용 47㎡ 9억 신고가

개발 방식 놓고 주민간 '마찰음'
용두동 일부 "공공재개발 반대"
강북2 "구역 해제하라" 반발도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2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배정철 기자
“지난주 공공재개발 후보지 여덟 곳이 발표되자마자 모든 매물이 자취를 감췄습니다.”(서울 동작구 흑석동 H공인 대표)

18일 찾은 동작구 흑석뉴타운2구역과 영등포구 양평 13·14구역, 동대문구 용두1-6구역 등 공공재개발 후보로 선정된 곳의 중개업소에는 투자자들의 전화 문의가 이어졌다.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하지만 구역에 따라 공공재개발 지정에 반대하는 입주민도 적지 않아 사업이 순조롭지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흑석2구역·양평13·14구역 호가 ‘쑥쑥’

동작구 흑석동과 영등포구 양평동,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 중개업소에 매수 문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개발 호재 소식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흑석동 L공인 관계자는 “15억3000만원대에 매물을 내놓은 한 집주인이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소식을 들은 뒤 ‘팔지 않겠다’고 했다”며 “남아 있는 물건은 30억~40억원대 상가가 전부”라고 말했다.

흑석2구역은 지하철 9호선과 가깝고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흑석뉴타운(1~11구역) 중에서도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역은 향후 131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변모한다. 흑석2구역 재개발 매물 가격(3.3㎡ 기준)은 지난해 1억원에서 올해 1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대지지분이 작은 전용 20㎡가 인기다. 흑석동 B공인 관계자는 “오는 12월 공공재개발 시행사 선정 절차에 들어가면 가격이 한 차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지하철 5호선 앙평역과 가까운 양평13·14구역도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사라졌다. 이들 구역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각각 618가구, 358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난해 6월 6억6000만원에 거래된 양평동1가 전용 47㎡ 다가구주택은 최근 9억원에 손바뀜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양평동 부흥공인 관계자는 “인근 양평12구역이 재개발되는 데다 최근 공공재개발 소식까지 더해져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이해관계 해결이 관건

공공재개발은 용적률 상향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배제,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가 다양하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를 수 있고 사업비 융자 등으로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장점이다. 흑석2구역과 양평13·14구역은 신속한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09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흑석2구역은 상가 조합원의 반발로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율 기준(75%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진식 흑석2구역 추진위원장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지정돼 주민 동의율 요건이 50%로 낮아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며 “이르면 연내 정비구역 지정에 들어가는 만큼 주민들의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공재개발 추진 단지들이 넘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이익 보장과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 조정, 상가 소유주와의 마찰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용두동 K공인 관계자는 용두1-6구역에 대해 “일부 주민이 공공재개발 후보지 지정에 반대해 지정 취소까지 생각하고 있어 사업이 잘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공공재개발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은 아현동 699(아현1구역) 일대와 강북2구역도 조합원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현동 699 일대는 일부 주민이 ‘공공재개발 반대·조합 방식 재개발 추진 청원서’를 냈다. 강북2구역도 강북구의 공공재개발 추진을 두고 ‘구역 해제’를 원하는 조합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아파트가 지어지면 임대 물량 등으로 입주 후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개발 방식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