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연극, 온라인 극장서도 즐기세요"…연극인들에게 매달 창작비 지원도

위기 넘어 미래로…뛰는 문화人
(3)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온라인 극장 개관
'창작공감' 사업 시작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온라인 극장 개관, 작품 개발 지원 등 국립극단의 새해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임명 확정 사실을 통보받자마자 다양한 구상을 시작했다. 취임 70일 만인 18일 그는 온라인 극장 개설, ‘창작공감’ 사업 신설, 새해 라인업 등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다양한 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레퍼토리 선정을 위한 7명의 자문위원도 위촉해 작품 발굴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청파로 극단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고 “3년의 단장 임기는 금방 흐를 것”이라며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지 않으면 국립극단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선·각도로 영상 촬영

김 단장은 ‘그게 아닌데’ ‘줄리우스 시저’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무대에 올린 연출가로 유명하다. 2015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시극단장으로 일했고, 이제 국립극단장으로서 한국 연극계를 이끌게 됐다. 그는 “국립극단의 작업이나 사업이 연극계에 본보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의 전부는 아니지만 ‘국립’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 만큼 전향적인 예술가들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극장 서비스도 시작한다. 올해 전체 예산 110억원 중 영상화 작업에 10억원을 배정했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불꽃놀이’ ‘동양극장 2020’ ‘SWEAT 스웨트’를 온라인으로 시범 상영했다. 올해는 다음달 ‘햄릿’을 시작으로 총 10여 편을 상영한다.

“온라인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점이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대개는 관객이 없는 객석을 바라보는데 지난해 ‘동양극장 2020’에서는 시점을 카메라에 두고 진행해 봤어요. 무조건 객석을 바라봐야 한다는 고정관념 하나를 바꿨더니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죠.”

이를 바탕으로 촬영 기술을 고도화해 국립극단의 대표 공연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4월)과 올해 새로 무대에 올리는 ‘로드킬 인 더 씨어터’(10월)를 따로 제작한다. 그는 “지난해 ‘동양극장 2020’은 카메라 3대로 찍었는데 올해는 카메라를 대폭 늘리고 더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촬영할 예정”이라며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와 같은 뛰어난 영상 작업을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작품 개발 돕는 ‘창작공감’ 사업도

다양한 연극인과의 협업 시스템도 구축한다. 연출, 작가 등으로 세분화해 ‘창작공감’ 사업을 시작한다. 연출가와 협업하는 ‘창작공감: 연출’, 신진작가를 발굴해 제작 및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창작공감: 작가’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의 희곡 개발 사업인 ‘희곡우체통’은 ‘창작공감: 희곡’으로 재편성했다. 그는 “연출 및 작가 지원 사업은 제작비를 제공하면서도 연출료와 작가비를 매달 따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려면 경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배우 김성녀를 내세운 ‘파우스트 엔딩’을 시작으로 공연 20편도 잇달아 선보인다. 이 가운데 구자혜 연출의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신유청 연출의 ‘엔젤스 인 아메리카’(11월)를 주목할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0여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동시대성과 맞닿아 있다”고 소개했다.

코로나19로 멈춰진 해외 교류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6월엔 한국계 독일인인 박본 작가의 신작(제목 미정)을 올린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경우 12월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채식주의자’와 ‘스트레인지 뷰티’를 선보인다. 내년엔 리에주극장 관계자들이 내한해 무대를 선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