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EO로 '금융마케팅 高手' 영입한 케이뱅크

케이뱅크 행장 서호성 내정

非 KT출신 '첫 사령탑' 주목
임추위, 단독 후보로 추천
"금융권 전략·마케팅 분야서
혁신 이끌었던 최적임자 낙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새 행장에 서호성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사장이 내정됐다. 서 내정자는 컨설팅사,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다. 모회사인 KT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행장에 오르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서 부사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케이뱅크는 2대 이문환 행장이 지난 7일 돌연 사퇴하면서 정운기 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고, 급히 새 행장을 뽑는 작업에 들어갔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후보
케이뱅크 행장은 사실상 대주주인 KT가 선임권을 행사했고, 지금까지 KT 출신이 행장을 맡아왔다. 심성훈 초대 행장과 계열사인 비씨카드 사장을 거쳐 행장에 오른 이문환 전 행장 모두 KT 고위 임원 출신이다.

서 후보자는 ‘비(非)KT’ 출신 금융 마케팅 전문가다. 이 전 행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구현모 KT 사장과 가까운 KT 출신 인물이 낙점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지만 외부에서 금융 전문가를 선택한 것이다. 자본시장에 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마케팅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랐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지난해 자본 확충이 지연되며 1년여간 대출 중단 사태를 겪었다”며 “KT에서 비씨카드로 대주주를 변경하는 등 혼란을 겪으면서 주주사들과의 조율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이런 점이 이번 인선에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이뱅크 임추위 관계자는 “서 후보자는 다양한 금융업권에서 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이끈 전문가”라며 “자본시장과 인수합병(M&A) 등에도 경험이 많아 투자 유치 등 케이뱅크의 현안을 이끌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케이뱅크가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명성에 걸맞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서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현대카드에서 전략기획실장과 마케팅본부장을 지냈다. 2000년대 초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컨설팅사로부터 야심차게 영입한 ‘서울대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서 후보자는 AT커니 출신으로 현대카드에 영입된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변창우 전 오렌지라이프 부사장 등과 함께 현대 M카드, 알파벳카드 등을 내놓으며 카드 마케팅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서 후보자는 HMC투자증권(현대차증권)을 거쳐 2012년 5월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출범한 현대라이프생명(현 푸본현대생명)으로 옮겨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에는 한국타이어에 영입됐다. 한국타이어에선 전략기획부문장, 전략 및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서 후보자를 3대 은행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오현아/김대훈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