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거액 신용대출에 원금분할상환 의무화" 강력처방

거액의 신용대출을 얻을 때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원금분할상환제도가 도입된다. 한 해 소득을 따져 금융권 전체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개인별로 적용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한 차례 더 연장된다. 공매도 재도입 여부는 다음 달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으로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를 꺼내들었다. 신용대출은 대출 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돌아올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은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처럼 원리금을 동시에 갚는 식으로 바꿀 것이란 얘기다. 다만 원금분할상환 대상은 ‘일정 금액 이상’이라고 표현해 거액의 기준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금융위는 주택시장이 불안해지자 대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요를 매월 2조원대로 막으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상 최대인 4조8000억원이 급증하기도 했다. 연초들어 다시 신용대출 증가세가 나타나자 더욱 강력한 처방을 내놓게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안인데 대출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별 DSR은 대폭 확대된다. 지금은 DSR 규제가 금융회사마다 40% 이하로 적용된다. 은행들이 어느 한 개인의 DSR을 50%로 높여줬을 때 다른 차주의 DSR을 30%로 제한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별 DSR은 9억원 이상 주택 구입자들과 8000만원 이상 신용대출을 얻어쓴 사람들에게만 적용됐다.

앞으로는 모든 개인이 금융권 전체의 연간 원리금 상환금을 소득 대비 40%로 낮춰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소득범위 안에서 대출을 얻어 자기 능력 범위 내에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며 “개인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DSR 강화 방안은 오는 3월에 발표할 예정이며 추진일정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년층과 무주택자 대상의 주거사다리 금융지원은 강화한다.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미래소득을 추가 반영하거나 대출 만기를 대폭 늘려주는 방법 등을 통해서다. 은 위원장은 “청년들은 소득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융통성있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핀셋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분야 이외에 자금을 많이 융통해주면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과 예대율 조정을 등을 통해 차별적인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모든 금융권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적용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한번 더 연장키로 했다. 은 위원장은 “현재 방역상황과 실물경제 동향, 금융권의 감내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그동안 내지 못했던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식으로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재도입과 관련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은 위원장은 “3월15일에 공매도를 재도입해야할지 정하는 것은 다음 달에 하지 않을까 싶다”며 “2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면 협의하거나 의견을 내는 게 아니고 이야기를 주로 듣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서/김대훈/임현우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