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입양아 교체" 뭇매 맞자…"사전 위탁 법제화" 꺼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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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취소, 입양아 교체' 발언이 논란이 된 지 하루만에 정부가 입양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입양 전 위탁 제도 법제화다. 입양 최종 허가 전에 예비양부모와 입양아를 함께 살게 함으로써 아이의 빠른 적응을 돕고 부적격 부모를 걸러내자는 취지다.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하지만 대통령의 앞선 발언 때문에 입양 부모의 '변심'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전 위탁제 법제화 이전에 입양부모 검증 등 과정에서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입양된 지 254일 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유사 사태 방지를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대책은 △아동학대 초기 대응 강화 △아동학대 대응 인력 확충 △분리보호 제도 안착 △아동학대 관련 인식 개선 △입양 제도 개선 등 다섯 갈래로 구성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일단 입양이 결정된 이후에는 △아이가 부모에게 폐륜적인 해를 끼친 경우 △아동 학대 또는 유기 등으로 아이의 복리를 현저히 해칠 때에만 입양 취소, 즉 '파양'이 가능하다. 단순한 부모의 변심으로 입양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입양법제상 '입양아 교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위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파양을 하고, 귀책 사유가 없는 양부모에 한해서 재입양을 허용할 뿐이다. "대통령이 입양 제도 나아가 아동 인권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이날 대책에 입양 취소나 입양아 교체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입양 전 위탁제를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가정법원이 입양을 최종 허가하기 이전에 입양을 신청한 예비양부모 가정에서 입양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금은 법적 근거 없이 친부모·양부모가 합의한 경우 관례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국가에선 입양 전 위탁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양부모와 아이가 애착 관계를 빨리 형성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양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법원 심사·허가 시 참고하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대통령 발언 때문에 제도가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씨(39)는 "대통령이 입양아가 마음에 안들면 쉽게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마당에 사전 위탁제가 시행되면 양부모가 아이를 '테스트'해보고 입양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전 위탁제는 양부모의 변심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탁 기간 단순 변심으로 입양을 포기하는 부모는 재입양을 제한하는 등 보완 장치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위탁제 의무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2009년 '입양법제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사전 위탁제는 아동을 시험 대상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을뿐 아니라 한국처럼 양부모를 위한 입양이 많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입양을 후회하는 부모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입양에 관한 유럽협정 역시 사전 위탁제를 둘 것인지 여부는 각국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대책에 입양 절차의 공적 책임 강화 방안도 내놓긴 했다. 아동에게 적합한 예비양부모를 결정하는 과정인 '결연' 단계에서 외부위원이 포함된 결연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증 결과를 복지부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했다. 입양 기관에 대한 정부 점검을 연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예비양부모 검증부터 아동과의 매칭까지 입앙 전반의 절차를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다"며 "입양기관 자체가 정부 소속 기관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적극적인 공적 책임 강화 방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아동복지·입양 전문 인력도 대거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는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강화 방안도 담겼다. 지금은 부모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피해 아동은 학대피해아동쉼터나 일시보호시설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0~2세 영아는 이런 시설에서 보호하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영아의 경우 가정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위기아동 가정보호 사업'을 새로 도입키로 했다. 학대 피해를 받은 영아는 전문 교육을 받은 보호 가정에서 보호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 보호가정 200여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올해 예정된 15곳을 조속히 설치하고 지자체 추가 수요를 반영해 14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정인이 사건 때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전국 시·도 경찰청에 '여성청소년 수사대'를 신설키로 했다. 수사대는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게 된다. 일선 경찰서도 강력팀 업무에 아동학대 수사를 추가해 서 단위의 대응력도 강화한다. 전국 228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조속히 배치한다. 야간 출동이 불가피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업무 여건을 고려해 초과근무 상한도 완화한다. 현재 57시간인 상한을 70시간까지 높일 계획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보건복지부는 19일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입양된 지 254일 만에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유사 사태 방지를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 대책은 △아동학대 초기 대응 강화 △아동학대 대응 인력 확충 △분리보호 제도 안착 △아동학대 관련 인식 개선 △입양 제도 개선 등 다섯 갈래로 구성됐다.
◆입양 전 위탁 법제화한다지만
대책 가운데서도 입양 제도 개선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또는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방식으로 입양을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하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입양아를 물건처럼 교환 또는 반품할 수 있게 하자는 건가"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복지부에 따르면 일단 입양이 결정된 이후에는 △아이가 부모에게 폐륜적인 해를 끼친 경우 △아동 학대 또는 유기 등으로 아이의 복리를 현저히 해칠 때에만 입양 취소, 즉 '파양'이 가능하다. 단순한 부모의 변심으로 입양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입양법제상 '입양아 교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위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파양을 하고, 귀책 사유가 없는 양부모에 한해서 재입양을 허용할 뿐이다. "대통령이 입양 제도 나아가 아동 인권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이날 대책에 입양 취소나 입양아 교체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입양 전 위탁제를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가정법원이 입양을 최종 허가하기 이전에 입양을 신청한 예비양부모 가정에서 입양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금은 법적 근거 없이 친부모·양부모가 합의한 경우 관례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국가에선 입양 전 위탁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양부모와 아이가 애착 관계를 빨리 형성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양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법원 심사·허가 시 참고하도록 하는 목적도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대통령 발언 때문에 제도가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모씨(39)는 "대통령이 입양아가 마음에 안들면 쉽게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마당에 사전 위탁제가 시행되면 양부모가 아이를 '테스트'해보고 입양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전 위탁제는 양부모의 변심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탁 기간 단순 변심으로 입양을 포기하는 부모는 재입양을 제한하는 등 보완 장치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위탁제 의무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2009년 '입양법제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사전 위탁제는 아동을 시험 대상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비윤리적인 측면이 있을뿐 아니라 한국처럼 양부모를 위한 입양이 많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입양을 후회하는 부모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입양에 관한 유럽협정 역시 사전 위탁제를 둘 것인지 여부는 각국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했다.
◆"입양 절차 공적 책임 강화가 더 시급"
보다 시급한 건 입양 절차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입양 전반의 절차를 민간입양기관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양이 잘못됐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양부모 가정에 대한 검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대책에 입양 절차의 공적 책임 강화 방안도 내놓긴 했다. 아동에게 적합한 예비양부모를 결정하는 과정인 '결연' 단계에서 외부위원이 포함된 결연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증 결과를 복지부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했다. 입양 기관에 대한 정부 점검을 연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예비양부모 검증부터 아동과의 매칭까지 입앙 전반의 절차를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다"며 "입양기관 자체가 정부 소속 기관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적극적인 공적 책임 강화 방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아동복지·입양 전문 인력도 대거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는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강화 방안도 담겼다. 지금은 부모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피해 아동은 학대피해아동쉼터나 일시보호시설에 보내고 있다. 하지만 0~2세 영아는 이런 시설에서 보호하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영아의 경우 가정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위기아동 가정보호 사업'을 새로 도입키로 했다. 학대 피해를 받은 영아는 전문 교육을 받은 보호 가정에서 보호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 보호가정 200여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올해 예정된 15곳을 조속히 설치하고 지자체 추가 수요를 반영해 14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정인이 사건 때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전국 시·도 경찰청에 '여성청소년 수사대'를 신설키로 했다. 수사대는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게 된다. 일선 경찰서도 강력팀 업무에 아동학대 수사를 추가해 서 단위의 대응력도 강화한다. 전국 228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도 조속히 배치한다. 야간 출동이 불가피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업무 여건을 고려해 초과근무 상한도 완화한다. 현재 57시간인 상한을 70시간까지 높일 계획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