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또 승진, 전보 또 전보…매주 '방' 붙는 고용부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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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여가부 차관이 '신호탄'요즘 고용노동부 직원 인트라넷에는 거의 매주 승진·전보인사 '벽보'가 나붙고 있다. 정부 부처 가운데 인사적체가 심해 승진이 느리기로 유명한 고용부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임서정 靑일자리 수석 영전 이어
차관·1급 실장자리 '도미노 인사'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소관정책 확대도
이후 국·과장급 인사 폭 크게 늘릴듯
고용부 고위공무원단 인사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김경선 당시 기획조정실장(행시 35회)이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영전하면서다. 중앙정부에서 실장급 공무원이 타 부처의 차관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고용부는 경제부처와 사회부처 사이 '회색지대'에 있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처였기에 더욱 돋보였던 '사건'이었다. 동시에 고용부 내부적으로는 1급 실장 자리에 하나 여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한달 여, 낭보는 또 날아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임서정 고용부 차관(행시 32회)을 청와대 일자리 수석에 전격 임명했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임 차관의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내정설이 돌던 상황이었다. 고용부 소속 '늘공'이 청와대 수석으로 간 경우는 2002년 김상남 차관(행시 10회)이 복지노동수석으로 영전한 이후 무려 18년 만이었다. 공석이 된 고용부 차관에는 박화진 노동정책실장(행시 34회)이 내부 승진했다.
잇단 낭보에 고용부 고위공무원 인사는 일시에 숨통이 트였다. 갑작스런 인사에 후임을 정해지지 못하자 박성희 기획조정실장(행시 35회)이 공석이 된 노동정책실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박 실장도 지난 201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본부를 떠났다가 1년여 만에 금의환향한 경우다.
이어 연말연초에 비어있는 1급 실장 자리들이 채워졌다. 행시 36회 중 가장 먼저 1급 실장이 된 권기섭 고용정책실장이 노동정책실장으로 수평 이동하고, 동기인 김영중 노동시장정책관이 고용정책실장에 승진 임명됐다. 곧이어서는 외부에 새 일자리를 찾은 김왕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행시 33회)이 공직을 떠나면서 그 자리는 김민석 직업능력정책국장(행시 37회)이 차지했다. 당초 중노위 상임위원 자리를 놓고는 김 국장과 류경희 노사협력정책관(행시 37회)이 경합을 벌였으나 최종 김 국장으로 결정되면서 동기들 중 가장 먼저 1급에 '터치다운'하는 영예를 안았다는 후문이다. 고위공무원단 승진은 류 정책관이 행시 37회 중 가장 빨랐다.
한편 김유진 노동시장정책관은 행시 40회 가운데 최초로 고용부 본부 국장급에 임명됐다. 김 정책관은 고용정책 분야에 줄곧 근무해 온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급 인사가 줄을 이으면서 고용부는 앞으로도 한동안 국장, 과장급 인사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전국민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 정책도 조직 덩치를 키우면서 추가 인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1년 내내 연중 인사체계가 가동될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직제 개편이 많아 내부 직원들도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잇단 승진 인사에 고용부 안팎에서는 "이제 장관만 승진하면 된다"는 우스개소리도 들린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2018년 9월 취임해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